닿지 않기에 위대한 사랑

by 신성규

함께할 수 없는 사랑이 때로는 가장 아름답다.

그 사랑은 현실로 옮겨지지 않기에, 더럽혀지지 않고, 상하지 않으며, 오히려 시간 속에서 더욱 빛난다. 육체적인 충돌로 가지 않기 때문에 오히려 순수하게 남고, 오직 정신적인 울림으로만 존재한다.


이루어지지 않은 사랑은 현실의 균열을 겪지 않는다.

서로의 일상에 스며들지 않기에, 생활의 피로와 갈등 속에서 마모되지 않는다.

그저 기억 속에서, 상상 속에서, 혹은 마음 한켠에서 조용히 살아간다.

그렇기에 그 사랑은 끝나지 않고, 부서지지 않으며, 여전히 가능성으로 남는다.

우리는 때로 그 가능성을 ‘운명’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함께하지 않았기에, 우리는 그 사람에게 가장 좋은 모습으로 남는다.

상대도 나를 있는 그대로 겪지 않았기에, 결점이 없는 기억 속 인물이 된다.

이루어졌다면 끝났을 사랑이, 이루어지지 않았기에 평생 이어진다.

그 사랑은 고통을 수반하지만, 동시에 삶에 잔잔한 울림을 남긴다.


육체적인 관계는 사람을 현실로 끌어당긴다.

그 안에는 기쁨도 있지만, 기대와 실망, 충돌과 타협도 함께 존재한다.

하지만 정신적인 사랑은 상대를 이상화하게 만들고,

그 감정은 마음 깊은 곳에 은밀하게 자리 잡는다.


그래서 어떤 사랑은 이루어지지 않았기에 오래간다.

차마 표현되지 않았기에, 누구도 손상하지 않았기에,

그 사람은 영원히 나의 마음속에 머문다.


우리는 종종 이런 사랑을 회상한다.

닿지 않았기에, 부서지지 않았기에,

그 사랑은 고통이 아니라 어떤 ‘존재의 증거’처럼 남는다.

살아 있는 동안 내가 한때 그렇게 누군가를 생각했고, 원했고, 품었다는 사실만으로도,

그 감정은 내 삶을 조금 더 깊게 만들어준다.


아름다운 사랑은 반드시 이뤄져야만 하는 것이 아니다.

때로는, 닿지 않기에 영원한 사랑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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