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공감 능력이 높다는 말을 종종 들어왔다. 그러나 그것은 칭찬이 아니라 고통의 다른 이름이다. 누군가 아프거나 억울한 일을 당할 때, 나는 그것을 단순히 바라보는 것이 아니라 내 몸과 정신으로 함께 겪는다. 마치 타인의 고통이 내 안으로 흘러들어와, 내 자아의 일부를 파괴하는 듯한 경험을 한다.
이 감각은 일종의 과부하다. 보통 사람들은 타인의 고통을 일정 부분에서 차단한다. 그래야만 자기 일상과 마음을 유지할 수 있다. 그러나 나에게는 그 차단막이 얇거나 거의 없는 듯하다. 뉴스 속 슬픈 사건, 길에서 마주치는 힘겨운 얼굴, 혹은 대화 속 작은 상처의 흔적조차 내게는 무겁게 다가온다. 내가 만든 방어막은 무너지고, 나는 마치 자기 자신을 보호할 수 없는 투명한 그릇처럼 흔들린다.
이 때문에 삶은 자주 불편하다. 행복한 순간에도 누군가의 불행이 겹쳐 떠올라 그 기쁨을 온전히 누리지 못한다. 그러나 동시에 이 공감의 무게가 나를 인간답게 만드는 힘이라는 것을 안다. 공감은 인간을 서로 연결하는 가장 근원적인 능력이자, 타인의 고통을 단순한 정보가 아닌 현실로 체험하게 만드는 창이다.
다만, 공감이 지나칠 때 인간은 스스로를 잃는다. 타인의 고통 속에서 자아가 무너지고, 자기 삶의 균형을 지키지 못한다. 그러므로 공감은 조절되어야 한다. 타인을 느끼되, 그것이 자기 전체를 파괴하지 않도록 거리를 두는 기술. 나는 지금 그 균형을 배워야 한다.
결국 공감은 선물이자 짐이다. 그것은 나를 인간답게 하지만, 동시에 내 마음을 무겁게 한다. 나는 이 모순을 안고 살아야 한다. 다만, 그 고통 속에서조차 깨닫는다. 내가 세상을 바라보는 눈이 결코 가벼워질 수 없음을. 그리고 어쩌면, 바로 그 불편함이 내가 지닌 가장 인간적인 부분일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