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집단은 지식의 숲을 가꾸는 정원사와 같다. 그들은 세대를 이어 쌓여온 체계를 보존하고, 세밀하게 다듬으며, 정밀한 발전을 이루어낸다. 그러나 이러한 축적과 계승의 과정은 동시에 보수성을 낳는다. 전문가는 제도와 규범 속에서 훈련되며, 어느 순간부터는 자신이 속한 분야의 전제를 의심하지 않는다. 따라서 혁신은 종종 그 내부에서가 아니라, 외부에서 불현듯 등장한다.
다른 분야에서 온 사람은 그 체계에 속박되지 않는다. 그는 자신이 몸담았던 영역에서 갈고닦은 전문성을 가지고 새로운 장으로 넘어온다. 그가 가진 눈은 기존 전문가들이 보지 못하는 틈을 발견한다. 물리학자가 금융을 만나 퀀트 혁명을 일으켰고, 신경생물학의 은유가 컴퓨터 과학과 결합해 인공 신경망을 탄생시켰으며, 예술가의 감각이 엔지니어링과 만날 때 전혀 다른 사용자 경험이 열렸다.
혁신은 깊이 없는 잡학에서 나오지 않는다. 그것은 오히려 다른 분야에서 충분히 숙성된 깊이가 낯선 맥락과 충돌할 때 발생한다. 그러므로 혁신은 경계에서, 혹은 다름의 교차로에서 태어난다.
AI 시대는 이 경계를 더욱 촉진한다. 철학자가 데이터와 마주할 때, 공학자가 윤리학적 감수성을 품을 때, 수학자가 예술적 직관을 도입할 때, 우리는 기존 전문가 집단의 계승적 발전을 뛰어넘는 도약을 목격하게 될 것이다.
결국 전문가 집단은 나무를 지키고, 이방인은 숲의 지평을 넓힌다. 혁신은 이 두 흐름이 만나는 자리, 곧 경계에서 자라나는 새로운 생명과도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