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스장 속 서커스

by 신성규

헬스장에 들어가면 이미 숨이 막힌다. 땀 냄새, 근육 과시, 그리고… 신음.

여자가 신음을 내면, 내 뇌가 잠깐 뻗는다. 뭐냐 이 감정은. 이 여자의 교성과 침대가 연결지어진다.

남자가 신음을 내면? 토 나올 것 같다. 도대체 저 무거운 덤벨 들면서 왜 소리까지 질러야 하는 거지?


이곳은 헬스장이 아니다. 나르시시스트들의 서커스다.

각자 자기 근육, 자기 고통, 자기 신음을 과시하며 관객 없는 쇼를 펼친다.

나는 벤치프레스 위에서 이 모든 걸 바라본다. 웃는다. 아니, 웃어야 한다. 안 그러면 내 정신이 탈출한다.


적정 무게로 하면 충분히 운동된다. 그런데 사람들은 굳이 소리를 낸다.

“봐, 나 얼마나 고통스럽게 운동하고 있는지!”라는 외침.

웃긴 건, 그 고통을 보는 사람 중 제대로 이해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는 사실이다.


나는 덤벨을 들고 숨을 몰아쉰다. 주변의 허세와 신음소리는 그냥 배경음악이다.

오늘도 나는 흔들리지 않는다. 나르시시스트들의 쇼 속에서 내 근육만 믿는다.

그리고 마음속으로 중얼거린다.

“이 서커스 속에서 내가 살아있다는 사실만으로도 다행인 일이지...”


헬스장은 시끄럽고, 사람들은 자기 과시를 멈추지 않는다.

하지만 나는 웃음과 냉소, 작은 반항심을 곱씹으며 오늘도 덤벨을 든다.

여기서 살아남으려면, 근육과 냉소, 그리고 조금의 뻔뻔함만 있으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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