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HD는 흔히 주의력 결핍과 과잉 행동, 충동성으로 정의되지만, 그 근본을 들여다보면 단순한 ‘집중력 문제’가 아니다. 나는 ADHD를 극도의 불안 상황에서 비롯된 뇌의 적응적 반응으로 이해한다. 인간의 뇌는 본능적으로 투쟁하거나 도망가는 방식으로 위협에 대응한다. 그러나 어린 시절, 혹은 안전하지 못한 환경에서 이러한 대응이 불가능할 때, 뇌는 다른 전략을 모색한다. ADHD의 본질은 바로 그 ‘견디기 위한 불안 반응’ 속에 숨겨져 있다.
어린 시절, 불안정한 환경 속에서 아이는 과잉 자극과 위험을 동시에 경험한다. 뇌는 그 상황을 처리하기 위해 끊임없이 주의를 분산시키고, 새로운 자극을 찾아 반응하도록 학습한다. 이는 생존의 일종의 적응 전략이지만, 성장 후 사회적 맥락에서는 ‘집중을 유지하지 못하는’ 특성으로 나타난다. 결국 ADHD는 단순한 질병이 아니라, 유년 시절 경험과 밀접하게 연결된 뇌의 생존적 불안 반응인 셈이다.
불안은 인간의 행동과 사고를 조율하는 핵심 동력이다. 안전하지 않은 상황에서 아이는 끊임없이 환경을 탐지하고, 예기치 못한 위험에 대응하려는 신경 패턴을 발달시킨다. 이 패턴이 성인이 되어서도 지속될 때, ADHD의 특성—충동성, 주의력 분산, 과잉 자극 추구—으로 나타나는 것이다. 다시 말하면, ADHD는 결핍이 아니라 과잉 적응의 흔적이다.
철학적으로 보면, ADHD는 인간의 불완전함과 적응의 한계를 드러낸다. 인간은 환경과 사회적 제약 속에서 자신의 뇌와 감정을 조율하며 살아간다. 그러나 일부는 어린 시절의 불안과 위협 속에서 뇌가 최적화한 방식대로 행동하게 되며, 이것이 사회적 규범과 충돌할 때 ‘질병’으로 낙인찍힌다. ADHD는 곧 인간이 환경에 대응하며 만들어낸 생존적 발명품인 동시에, 사회가 이해하지 못하는 존재 방식이다.
결국 ADHD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단순히 증상을 보는 것이 아니라, 불안, 유년 경험, 사회적 환경의 교차점을 살펴야 한다. ADHD는 부정적인 낙인이 아니라, 인간 뇌의 복잡성과 환경 적응의 산물이다. 그리고 이 이해는, 우리가 ‘다름’을 바라보는 시선 자체를 근본적으로 바꾸는 출발점이 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