옷과 책

by 신성규

사람들은 자신을 표현하기 위해 옷을 고른다. 화려한 색, 세련된 실루엣, 혹은 남들의 시선을 의식한 브랜드. 매일 아침 거울 앞에서 우리는 어떤 옷을 입을지 고민하며, 그 옷을 통해 세상에 자신을 보여주고자 한다. 그러나 나는 종종 묻는다. 과연 그 옷이 나를 완전히 드러낼 수 있을까? 옷은 순간을 장식할 뿐, 내면의 진실과는 거리가 멀다. 그 순간의 선택은 패션 감각과 사회적 규범, 타인의 평가와 뒤섞여 나를 제한한다.


반면, 한 권의 책은 다르다. 책은 외적 이미지가 아닌 내적 세계를 담는다. 그 안에는 사고의 깊이, 감정의 결, 그리고 내가 스스로 깨닫지 못한 내면의 조각들이 존재한다. 책을 고르는 순간, 나는 단순히 지식을 소비하는 것이 아니라, 나 자신과 대화한다. 어떤 책을 읽느냐, 어떤 문장에 마음이 머무느냐, 그것은 곧 내가 누구인지, 무엇을 중요하게 여기는지에 대한 선언이다.


책 속 문장은 나를 비추는 거울이다. 나는 그 안에서 내 생각과 감정을 발견하고, 때로는 내가 몰랐던 나의 일부를 이해한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나는 옷으로는 결코 드러낼 수 없는 나만의 세계를 구축한다. 세상은 화려한 외형을 보고 평가하려 들지만, 책은 나 자신과 마주하게 한다. 나를 형성하는 것은 남들이 보는 모습이 아니라, 나 자신이 선택하고 이해한 경험과 사유이다.


나는 오래 전부터 깨달았다. 진정한 자기다움은 외형이 아니라 내면의 깊이에 있다. 사람들은 패션과 트렌드 속에서 자신을 과시하지만, 진짜 자아는 그렇게 쉽게 드러나지 않는다. 그 자아를 드러내는 유일한 아이템은 책이다. 책은 시간과 공간을 초월하여 내 사고와 감정을 확장시키고, 나를 나답게 만드는 힘을 지닌다.


결국 옷은 나를 보는 사람에게 말을 건네지만, 책은 나 자신에게 말을 건넨다. 세상이 요구하는 이미지와 사회적 역할 속에서 나는 종종 흔들리지만, 책을 통해 나는 나를 재정립한다. 그것은 외부의 평가와 무관하게, 나 자신과의 약속을 지키는 일이다. 옷이 순간의 나를 장식한다면, 책은 영원의 나를 만든다.


그래서 나는 이제 말할 수 있다. 사람들은 자신을 표현하기 위해 옷을 고르지만, 진정한 아이템은 한 권의 책이다. 그리고 그 책은 나를 완전히 이해하게 해주지는 않더라도, 내가 누구인지, 어떤 세계와 만나고 싶은지, 무엇을 사랑하고 무엇을 탐구해야 하는지 끊임없이 묻는다. 그것은 나를 형성하는 가장 강력한 도구이며, 내가 살아가는 방식의 근간이 된다. 옷은 잊혀질 수 있지만, 책은 나의 내면에서 영원히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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