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

by 신성규

진실은 늘 잔혹하다—

얼굴 없는 별빛처럼 차갑고,

깨진 유리잔 속에서

피어나는 파편처럼 아름답다.


나는 아직도 꿈속에서 본다.

끝없는 계단 위에,

바람에 녹아내리는 그림자 같은 그녀를.


그녀의 손끝에는 장미향이 맴돌았으나

그 장미는 꽃잎을 잃고

오직 가시로만 자라났다.


그녀는 계단을 오르지 못하고,

내려가지도 못한 채,

시간의 틈새에 매달려 있었다.


그녀의 눈은 바다 같았으나

그 안에는 물이 없었다.

빛 없는 파도가 밀려와

내 발목을 감싸고,

나는 그 어둠 속에서

스스로의 목소리를 잃었다.


진실은 칼날 같은 말이었다.

그녀의 심장을 열지 못하고

단지 흉터를 새겼다.


그녀가 끝내 찾고 있던 것은 사랑이 아니라,

사랑을 꿈꾸던 순간의 환영이었을까?

keyword
팔로워 139
작가의 이전글자유와 윤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