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점점 깨닫는다. 인간에게 기대를 걸지 않는 것이, 결국 상처를 피하는 길이라는 것을.
책과 철학, 위대한 사상가들의 글 속에서 나는 영혼을 마주한다. 그들의 사고와 통찰은 나를 사로잡고, 내 안에서 불꽃을 일으킨다. 말과 문장 너머에서 나는 깊은 교류를 느끼며, 순간적으로 인간 존재의 한계를 초월하는 듯한 체험을 한다.
그러나 일상 속에서 보통의 인간과 접촉하면, 그 찬란한 세계는 잔혹한 현실과 충돌한다. 사소한 이기심, 편협한 판단, 모순과 피상—그 모든 것이 내 기대를 깨뜨리고 상처를 남긴다. 위대한 정신 속에서 경험한 통찰과, 현실의 인간 사이의 간극은 때때로 참혹하다. 나는 왜 그토록 실망하는가? 답은 단순하다. 나는 기대했기 때문이다.
인간에 대한 기대를 줄이는 것은 방어가 아니라 생존이다. 기대를 걸지 않으면 상처도 없고, 실망도 없다. 나는 이제 모든 사람에게 깊이를 바라지 않는다. 대신, 선택한 책과 사상 속에서, 드물게 만나는 깊은 영혼 속에서 충분히 교류하며 만족한다.
이 대비 속에서, 나는 인간이라는 존재의 두 얼굴을 동시에 마주한다. 평범한 인류 속에서 느끼는 끔찍함과, 위대한 정신 속에서 경험하는 경이로움. 그 간극은 고독을 불러오지만, 동시에 내 사고와 감각을 예리하게 만든다. 인간과 위대한 정신 사이를 오가며, 나는 상처받지 않고, 기대하지 않으면서도 세상을 깊이 느낄 수 있는 평정심을 얻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