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주식시장이 늘 저평가되어 있다는 지적, 이른바 “코리아 디스카운트”는 오래된 문제다. 그 원인을 흔히 외국인 투심이나 지정학적 리스크에서 찾지만, 보다 근본적인 이유는 시장 내부에 있다. 바로 기업과 주주 사이의 관계 설정이 비뚤어져 있다는 점이다.
한국 기업들은 전통적으로 배당이나 자사주 매입 같은 주주환원에 인색했다. 기업의 이익은 주주의 몫이라기보다 ‘재투자를 위한 내부유보금’으로 축적되는 경우가 많았다. 문제는 이 유보금이 반드시 생산적 투자로 이어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오히려 경영진의 방만한 투자나 비효율을 정당화하는 자원이 되곤 했다.
그 결과, 투자자들은 장기 보유의 인센티브를 갖기 어렵고, 한국 시장은 단기 차익 실현 위주로 왜곡되는 구조가 고착화되었다.
여기에 유상증자의 남용이 신뢰를 더욱 갉아먹었다. 선진국에서 유상증자는 신중하게 쓰이지만, 한국에서는 기업의 자금 조달뿐 아니라 ‘주가 이벤트’로 활용되기도 했다. 중소형주 뿐만 아니라 자금여력이 있는 대형주까지 유상증자를 반복하며 기존 주주의 가치를 희석시켰고, 이는 투자자들에게 장기적 신뢰를 빼앗아갔다.
이런 구조 속에서 행동주의 펀드는 역설적 존재다. 그들은 “기업사냥꾼”이라 불리며 단기 차익만 노린다고 비판받지만, 실제로는 다음과 같은 요구를 한다.
불필요한 사내 유보금 축소
합리적 수준의 배당 확대
경영 투명성 강화
이는 결국 주주가 기업의 정당한 주인임을 상기시키는 행위다. 경영진에게 긴장감을 주고, 비효율을 교정하는 자정작용을 수행한다는 점에서 ‘불편한 파수꾼’이라 할 만하다.
코리아 디스카운트의 근본 원인은 외부가 아니라 내부다. 주주환원 부족과 유상증자 남용, 그리고 기업의 경영 비효율이 그 뿌리에 있다. 행동주의 펀드는 불편하게 느껴질지 몰라도, 결국은 시장을 건강하게 만들 수 있는 교정 장치다. 한국 시장이 저평가의 굴레에서 벗어나려면, 이 불편한 존재와의 공존을 고민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