곡선의 언어

by 신성규

곡선은 언제나 생명의 언어다. 세상의 모든 살아 있는 것들은 직선이 아니라 곡선으로 호흡한다. 나무의 가지는 바람에 흔들리며 유연하게 뻗어 나가고, 파도의 물결은 직선으로 흐르지 않고 끝없이 굽이치며 살아 있는 리듬을 그린다. 여인의 미소 또한 직선으로는 결코 표현되지 않는다. 미소는 입술과 눈가를 따라 흐르는 부드러운 곡선 속에서만 생명을 얻는다.


직선은 인간이 만든 세계의 언어다. 그것은 규율, 효율, 통제의 상징이다. 도로와 건물, 기계와 제도는 직선으로 이루어져 있다. 직선은 빠르고 단호하며, 의심할 여지가 없다. 그러나 직선은 언제나 차갑고 무정하다. 거기에는 흐름도, 숨결도 없다.


반대로 곡선은 자연의 언어이자 존재의 리듬이다. 곡선은 단단함과 부드러움을 동시에 품는다. 바람 앞에 휘어지면서도 꺾이지 않는 대나무처럼, 곡선은 힘과 유연함을 함께 드러낸다. 직선은 하나의 방향만을 고집하지만, 곡선은 방향을 바꾸면서도 전체의 흐름을 잃지 않는다. 그 안에는 생명의 지혜가 숨어 있다.


우리가 아름다움을 느끼는 순간에도 곡선이 있다. 건축의 아치, 성당의 돔, 조각의 어깨선, 음악의 선율까지 모두 곡선의 표현이다. 직선의 세계가 인간의 질서를 말한다면, 곡선의 세계는 인간의 감각과 정서를 말한다. 아름다움은 직선이 아니라 곡선 속에서 태어나고, 생명은 곡선 속에서만 숨 쉴 수 있다.


아마도 곡선이 주는 가장 큰 진실은 이것일 것이다. 생명은 결코 직선으로 움직이지 않는다는 것. 인간의 삶 또한 직선이 아니다. 계획한 길을 곧장 걸어가는 듯 보여도, 그 안에는 수많은 곡선이 숨어 있다. 굽이치고 돌아 나가는 길 위에서 우리는 비로소 살아 있음을 체험한다. 곡선은 단순한 선이 아니다. 그것은 존재가 만들어내는 흔적이며, 생명이 가진 고유한 리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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