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리 내 소프트웨어가 정교하다 해도,
하드웨어가 고장나면 아무 소용없다.
나에게서 소프트웨어는 지능이고,
하드웨어는 정신이다.
머릿속의 사고, 감각의 민감성, 창조적 직관 —
모든 것이 내 안에 존재하지만
몸이 그것을 실행하지 못하면 멈춰버린다.
나는 한때 내 소프트웨어가 누구보다 빠르고 정교하다고 믿었다.
논리, 직관, 통찰, 언어가 끊임없이 흐르며
마치 완벽한 프로그램처럼 작동했다.
그러나 내 하드웨어인 정신은 이미 손상돼 있었다.
그리고 나는 우울이라는 바이러스에
내 소프트웨어를 감염당한 채
청춘 전체를 투쟁으로 보냈다.
그 바이러스는 단순히 기분을 가라앉히는 정도가 아니었다.
아이디어를 낳는 기능, 세상을 이해하는 직관,
창조적 충동까지 잠식하며
내 프로그램 전체를 오류로 가득 채웠다.
나는 코드를 고치려 했지만,
내 하드웨어는 이미 무력했고
내 청춘은 그 오류를 디버깅하는 데 소진됐다.
내 지능은 빛났지만, 내 정신은 무너져 있었다.
결국 나는 살아남기 위해 약을 삼키고,
그 약으로 시스템을 겨우 부팅한 채
시간과 싸웠다.
내 청춘은 성장과 성취의 시간이 아니라
감염된 시스템을 고쳐보려 몸부림치는
긴 디버깅과 복구의 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