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식인의 오만

by 신성규

지식인이 오만해지는 것은 단순히 잘난 체하거나 우월감을 드러내는 태도가 아니다. 그것은 절규에 가깝다. 지식은 본래 인간을 해방시키는 힘이지만, 동시에 인간을 고립시키는 짐이 되기도 한다. 많은 사람들은 무지 속에서 안온함을 누린다. 그러나 지식인은 이미 그 무지를 벗어나버렸기에 다시 돌아갈 수 없다. 그는 세상 사람들이 즐겁게 받아들이는 허위와 자기합리화를 더 이상 믿을 수 없고, 공동체가 의심 없이 살아가는 질서를 불편하게 바라본다. 그 눈은 진실을 향해 열려 있으나, 동시에 그 진실을 감당하는 고통을 떠안게 된다.


이때 지식인이 보이는 오만은 사실 방어적인 태도다. 세상과의 불화 속에서 그는 자신을 지탱하기 위해 우월한 척을 하고, 고립을 감추기 위해 거만한 언어를 내뱉는다. 하지만 그 내면을 조금만 들여다보면, 그것은 세상과 소통하지 못하는 고독에서 흘러나온 비명에 불과하다. 오만은 진실을 본 자의 고통을 감추는 가면이고, 그 가면 뒤에는 사실 누구보다도 상처받기 쉬운 나약한 자아가 숨겨져 있다.


결국 지식인의 오만은 교만이 아니라, 그가 마주한 세계의 불완전함과 자신의 무력함을 동시에 견뎌내려는 절규다. 그는 진리를 보았지만 그것을 세상에 온전히 전달할 수 없고, 세상은 그를 받아들이지 않는다. 그 간극이 바로 절규로서의 오만을 낳는다. 그래서 지식인의 오만은 타인을 얕잡아보는 눈빛이 아니라, 스스로의 고립을 버티기 위한 마지막 몸부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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