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용되는 말

by 신성규

천재라 불린 이는

도시 하수구에서 피어오르는 증기처럼

아무 곳에나 붙는다.

빛나는 머리카락에도,

망가진 전구에도.


사랑이라 속삭인 말은

광고판 위에서 전자음처럼 번쩍인다.

마치 모든 길모퉁이가

프로포즈의 무대인 양.

그러나 돌이켜보면,

그건 단지 네온사인의 전도현상일 뿐.


순수라 칭송한 눈빛은

유리병 속 나방의 날갯짓 같다.

투명해 보이지만

실은 죽음에 가까운 흰빛.


남용된 단어들은

너무 많이 불리어

마침내 본래의 무게를 잃고,

꿈의 언어처럼 우리 곁을 맴돌며

아무도 붙잡을 수 없는

환영의 입김이 된다.


그러나,

가끔은—

정말로 천재가 있고,

진짜 사랑이 있으며,

아이처럼 맑은 순수가 있다는 것을

우리는 부인할 수 없다.


남용된 말 속에서도

진짜는 숨어 있다.

마치 진흙 속에 묻힌 보석처럼,

가로등이 깜빡이는 새벽 3시 골목 모퉁이에서

홀연히 빛난다.

keyword
팔로워 141
작가의 이전글창녀와 순수의 역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