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양제 한알의 기적

by 신성규

뇌에 안정을 주는 영양제를 삼켰다. 단순한 알약 한 알에 불과했지만, 그 순간은 나에게 작은 구원이 되었다. 해리 증상 속에서 나는 늘 정신이 육체를 떠난 듯한 공허를 경험했다. 몸은 이곳에 있는데, 의식은 저 멀리에서 나를 내려다보는 듯한 이질감. 그 속에서는 감각이 무뎌지고, 세계는 색을 잃어버린다. 음악조차도 단순한 소음처럼 들렸고, 아무리 귀를 기울여도 마음 깊숙한 곳에 닿지 않았다.


그런데 영양제가 내 신경을 어루만지고, 뇌의 어지러운 파동을 잦아들게 하자 놀라운 일이 일어났다. 정신은 다시 육체로 돌아왔고, 나는 내 몸 속에서 숨을 쉬고 있다는 사실을 실감할 수 있었다. 그때, 세상은 다시 촉감과 온도를 되찾았다. 무엇보다도 음악이 다시 아름답게 돌아왔다.


한때는 나를 멀리 두고 차갑게 흘러가던 음들이 이제는 심장을 울리고, 가슴속으로 스며들었다. 바이올린의 떨림, 피아노의 여운, 작은 멜로디의 굴곡이 모두 다시 나의 일부가 되었다. 마치 음악이 내 곁을 떠나 있던 시간은, 내가 감각의 바깥에 망명해 있던 시간과 같았다. 그리고 이제야 나는 돌아온 것이다.


이 경험은 단순히 약의 효능을 넘어선다. 그것은 ‘다시 느낀다’는 사실의 소중함을 알려준다. 우리가 당연하게 생각하는 감각, 아름다움, 예술의 울림은 사실 언제든 잃어버릴 수 있는 것이고, 동시에 되찾을 수도 있는 것이다.


오늘 나는 비로소 안다. 음악이 다시 아름답게 돌아왔다는 이 단순한 사실이, 얼마나 큰 기적에 가까운 것인지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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