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의 실험

by 신성규

사랑의 본질은

옥시토신의 불꽃이 아니다.

강렬하게, 뜨겁게 타오르는 그 불꽃은

잠시 눈부시지만

지속될 수 없는 빛일 뿐.


진짜 사랑은

세로토닌의 고요한 균형 속에 있다.

그 균형 위에 불꽃이 얹히고,

불꽃은 흔들리면서도 꺼지지 않는다.


지나친 사랑은 파괴적이다.

강렬한 애착, 끝없는 친밀감,

그러나 그 밑바닥에서

세로토닌은 천천히, 하지만 분명히 떨어진다.

옥시토신이 과다하면,

사랑은 집착으로, 위로는 불안으로 변한다.

우리는 그것을 ‘사랑에 미친다’라 부른다.


어쩌면 프로작 한 알쯤은

사랑을 지키기 위한 작은 제의일지도 모른다.

화학적 균형을 회복하며

불꽃을 등잔 안에 담는 행위.

약 한 알로 마음을 붙잡는 것이

어쩌면 인간이 할 수 있는,

가장 정직한 사랑의 방식일지도.


나는 요즘, 인간을 호르몬으로 읽는다.

세로토닌, 도파민, 옥시토신…

그 숫자와 수식 속에서

인간은 역겨우면서도

아름답다는 역설을 발견한다.

강렬하게 사랑하고,

강렬하게 상처받으며,

아무리 무너져도 다시 일어서는 존재.


사랑은 실험실 안의 수치처럼 보이기도 하고,

밤하늘 별빛처럼 보이기도 한다.

그 안에서 우리는 끊임없이 흔들리지만,

세로토닌이 잡아주는 고요 속에

옥시토신의 불꽃은

비로소 길게 타오른다.


인간이란,

분열된 두 얼굴을 가진 시이며,

화학적 수치 속에서 피어나고,

감정 속에서 무너지고,

또다시 균형을 찾아가는 존재이다.


그리고 나는 오늘도

사랑을 실험하며,

그 안에서 인간을 끌어안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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