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의 신경화학

by 신성규

사랑을 말할 때 사람들은 흔히 옥시토신을 떠올린다. 포옹을 하거나 연인과 시선을 마주할 때, 혹은 친밀한 순간을 나눌 때 분비되는 이 호르몬은 유대감과 신뢰를 강화한다. 그래서 옥시토신은 오래도록 ‘사랑의 호르몬’이라 불려왔다. 그러나 사랑을 옥시토신으로만 설명하는 것은 절반의 진실이다. 진짜 사랑의 핵심에는 세로토닌이 있다.


세로토닌은 안정감과 평정을 관장하는 신경전달물질로, 충동을 조절하고 감정을 정돈한다. 우리가 한 사람과의 관계 속에 오래 머물며 균형을 잃지 않도록 돕는 것은 바로 이 세로토닌의 힘이다.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옥시토신이 지나치게 분비되면 세로토닌 수치는 오히려 떨어진다. 친밀감이 지나치게 높아질수록 불안과 의존이 뒤따르고, 세로토닌의 방어막이 무너질 때 사랑은 불균형한 롤러코스터로 변한다. “사랑에 미쳐 있다”는 표현은 사실 옥시토신 과잉과 세로토닌 결핍이 만든 신경화학적 현상인 셈이다.


불안정한 사람들, 특히 우울 성향을 지닌 사람들에게서 이런 패턴은 자주 관찰된다. 그들은 기본적으로 세로토닌의 부족 속에 살기 때문에 안정과 평정을 얻지 못한다. 그래서 옥시토신, 즉 강렬한 사랑을 통해 결핍을 돌파하려 한다. 그러나 불행히도 세로토닌이 뒷받침되지 못한 옥시토신은 더 깊은 불안을 불러오고, 결국 그들을 무너뜨린다. 사랑이 구원이 되지 못하고, 오히려 사랑이 파괴의 원인이 되어버리는 것이다.


이 점에서 세로토닌은 단순한 조연이 아니다. 옥시토신이 만들어내는 열정과 유대감을 건강하게 유지하려면, 세로토닌이 균형을 잡아주어야 한다. 옥시토신은 불꽃이고, 세로토닌은 그 불꽃을 담는 등잔이다. 불꽃만 있으면 순간은 눈부시지만 곧 꺼지고 만다. 등잔만 있으면 따뜻함이 없고 공허하다. 사랑이 오래 지속되려면 불꽃과 등잔, 두 요소가 함께해야 한다.


우리가 사랑을 ‘순간의 불타는 감정’으로 착각하는 이유는, 옥시토신의 작용이 너무나 강렬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사랑을 진정으로 지탱하는 것은 그 불꽃을 안정적으로 붙들어두는 세로토닌의 균형이다. 불꽃은 사랑의 얼굴일 뿐, 그 뒤에서 균형을 맞추는 등잔이야말로 사랑의 심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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