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정신적으로 무너졌던 순간들을 자주 떠올린다. 그때의 나는 신경안정제를 과다하게 복용하면서도, 정작 우울증 약은 내 느낌이 싫다는 이유로 멀리했다. 약을 피하면서도 마음 한켠에서는 ‘필요하다’는 생각이 있었지만, 동시에 거부감과 저항이 나를 지배했다. 나는 스스로를 달래려 했고, 몸과 마음을 진정시키려 했지만, 그 모든 시도는 결국 내 감정을 더 깊은 구렁텅이로 몰아넣었다.
그 결과, 우울은 점점 깊어졌고, 내 머리와 인지능력도 서서히 무너지는 것을 느꼈다. 생각의 선명함이 줄어들고, 단순한 판단조차 혼란스러워졌다. 나는 한동안 그것이 단순한 나태나 의지 부족 때문이라고 생각했지만, 지금 돌이켜보면 그것은 우울증이라는 신경화학적 상태가 뇌의 인지 능력을 실제로 저하시킨 결과였다. 세로토닌과 도파민의 균형이 무너지고, 감정과 사고의 회로가 왜곡되면서, 나는 스스로를 이해하는 능력조차 잃어가고 있었다.
그때의 나를 지금 다시 들여다보면, 약을 피하려던 내 태도 역시 일종의 자기방어였음을 깨닫는다. 우울증 약을 먹으면 내 정신이 ‘바뀔’ 것이라는 두려움, 내 사고가 익숙한 방식에서 흔들릴 것이라는 불안이 나를 막았다. 하지만 그 선택이 오히려 뇌와 마음을 더 망가뜨렸다는 역설도 동시에 확인한다. 아이러니하게도, 약을 먹어야겠다고 생각하게 되는 순간조차 우울 때문에 뇌가 인지능력을 잃은 결과였음을 깨닫는다.
나는 이 경험을 통해, 감정과 뇌의 관계, 그리고 자기 판단의 한계를 이해하게 된다. 우울은 단순한 기분이 아니라, 신경화학적 상태와 무의식적 심리 구조가 뒤얽힌 복합적 현상이다. 내 인지 능력이 떨어지고, 생각이 혼란스러워진 것은 내 의지의 부족이 아니라, 뇌와 마음이 신호를 보내는 방식이었음을 받아들인다.
이제는 그 시절의 나를 떠올리며, 단순히 후회하거나 자책하지 않는다. 오히려 그 경험은 내가 정신과 감정의 구조를 이해하고, 인간의 심리를 과학적·심리학적으로 탐구하고 싶은 욕망으로 이어졌다. 나는 인간의 마음, 무의식, 트라우마와 그로 인한 사고의 변화, 그리고 신경화학적 작용을 이해하고 싶다는 생각을 점점 더 강하게 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