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울증의 기회

by 신성규

나는 우울증을 겪는 사람들이 반드시 파괴적이지만은 않다고 생각한다. 사실, 정서적으로 완전히 망가지지 않는 한, 오히려 그들은 놀라운 성장의 가능성을 지니고 있다. 그 이유는 간단하지만 깊다. 우울증이라는 경험은 감정과 사고를 극단적으로 흔들지만, 동시에 인간의 관심과 집착을 특정 영역으로 몰아넣는 경향이 있다.


우울한 사람들은 자신을 붙잡아주는 무언가, 혹은 마음을 온전히 쏟을 수 있는 관심 분야를 찾는다. 그 관심은 단순한 취미나 여가가 아니다. 그것은 한 사람의 정신을 구조화하고, 산만함과 혼란 속에서 일종의 고정점을 만들어 준다. 세상과 감정의 불확실성 속에서도, 이 고정점은 깊이 몰입할 수 있는 통로가 된다.


이 몰입은 곧 성장을 가능하게 한다. 평범한 상태에서는 쉽게 흩어지는 에너지가, 관심 분야에 집중되면서 강력한 힘으로 변한다. 지적, 예술적, 혹은 전문적인 역량이 단단히 쌓이게 되고, 이는 우울증이라는 불안정한 출발점에도 불구하고 사람을 더 높은 수준으로 끌어올린다.


나는 그래서 우울증 자체를 단순히 부정적으로 보지 않는다. 정서적 균형을 잃지 않으면서, 몰입할 수 있는 방향을 찾는다면, 우울증은 오히려 사고와 성장을 깊게 만드는 촉매가 된다. 그것은 인간이 역경 속에서도 자신의 가능성을 발견하고, 내면의 힘을 발견하게 만드는, 다소 역설적인 기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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