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이 위대한 이유

by 신성규

예술은 인간의 감각과 정신을 확장하는 도구다. 미술은 색으로 감정을 그려내고, 음악은 음으로 정서를 흔들며, 영화는 영상과 소리를 결합해 강렬한 몰입을 준다. 이들 예술은 직관적이고 감각적이다. 누구든 선율의 아름다움에 눈물을 흘릴 수 있고, 색채의 대비에 놀라움을 느낄 수 있으며, 화면 속 장면의 폭발력에 압도될 수 있다. 그러나 문학은 전혀 다른 방식으로 존재한다. 흰 종이에 놓인 단순한 글자, 즉 기호의 배열이 전부다. 그 자체로는 무표정하고, 차갑고, 아무런 울림도 없다. 하지만 바로 그 점 때문에 문학은 위대하다.


문학은 감각이 아니라 사유를 매개로 한다. 독자는 글자라는 기호를 눈으로 인식할 뿐이지만, 그 순간 정신은 거대한 작업을 시작한다. 기호는 문장을 이루고, 문장은 이미지와 정서를 일으키며, 이미지와 정서는 다시 독자의 내면에서 하나의 세계로 확장된다. 다른 예술이 이미 완성된 감각을 관객에게 던져준다면, 문학은 독자가 직접 창조 과정에 참여하도록 요구한다. 활자를 마주한 순간, 독자는 단순한 감상자가 아니라 공동 창작자가 된다. 따라서 문학은 독자의 수준과 상상력에 따라 전혀 다른 깊이로 열리며, 그것은 곧 문학이 지닌 고유한 고귀함이다.


여기에서 우리는 문학이 천재들의 예술임을 알 수 있다. 창작자는 언어라는 가장 추상적이고 불안정한 도구를 사용하여 세계를 세운다. 언어는 돌처럼 단단하지 않고, 빛처럼 잡히지도 않는다. 그것은 해석과 맥락 속에서만 의미를 가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위대한 작가들은 언어를 다루어 인간 경험 전체를 담아낸다. 조이스의 피네간의 경야를 떠올려 보라. 그것은 단순히 읽는 텍스트가 아니다. 언어의 실험과 무의식의 파편, 신화와 역사와 일상적 농담이 한데 얽혀 있다. 그 난해함을 해독하기 위해서는 독자 역시 탁월한 지성과 무한한 상상력이 필요하다. 다른 예술에서 관객은 그저 감각을 열면 되지만, 문학에서 독자는 스스로를 훈련시키고 확장해야 한다. 문학은 독자에게 지적 모험을 강요한다.


바로 이 점에서 문학은 모든 예술 중에서도 으뜸이다. 문학은 단순히 감각을 자극하는 것이 아니라, 인간 정신의 전 체계를 동원한다. 상상력, 해석력, 비판적 사고, 심지어는 윤리적 성찰까지 문학은 우리에게 요구한다. 다른 예술이 한순간의 감각적 충격으로 끝날 수 있다면, 문학은 독자의 정신 속에서 오랫동안 숙성되며 삶 전체를 바꾼다. 인간의 역사에서 가장 오래 살아남은 예술이 문학이라는 사실은 우연이 아니다. 언어는 인간 존재를 지탱하는 뼈대이자 기억의 저장소이며, 문학은 그 언어를 최고의 형태로 승화시킨 결과다.


물론 문학은 누구에게나 열려 있다. 시 한 줄, 소설 한 편은 누구든 읽을 수 있다. 그러나 문학을 진정으로 이해하고 향유하기 위해서는 독자 스스로가 일정 수준에 도달해야 한다. 문학은 인간의 내적 능력을 시험하는 예술이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문학은 단순한 오락이 될 수 없으며, 언제나 사유의 정점, 정신의 무대에 자리한다.


결국 문학은 가장 단순한 도구인 ‘글자’로 시작해, 가장 복잡한 세계인 ‘정신’을 열어젖힌다. 감각의 예술들이 인간을 흔드는 데 그친다면, 문학은 인간을 근본적으로 바꾼다. 이 점에서 문학은 모든 예술 중에서 으뜸이며, 인간 정신의 가장 높은 봉우리를 차지하는 예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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