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약을 끊고 알게된 것들

by 신성규

내 신경은 오래도록 약물 속에 담겨 있었다. 옥시코돈, 벤조디아제핀, 이름을 불러보면 혀끝에서 금속성 맛이 도는, 그러나 동시에 차갑게 녹아내리며 신경 하나하나를 덮어버리는 약물들. 불안이 너무 심했기에 나는 그것들을 마구마구 집어넣었다. 무슨 생각도 할 수 없을 만큼, 오직 눌러버리기 위해서, 가라앉히기 위해서, 살아있는 동안 조금이라도 조용히 숨 쉴 수 있기 위해서. 그것 없이는 세상을 견딜 수 없다고 믿었고, 그것 없이는 나는 무너져버릴 거라고 생각했으며, 그래서 나는 내 몸을 내 손으로 마비시키고 내 정신을 내 손으로 봉인했다.


그러나 그것은 단순한 마비가 아니었다. 그것은 나를 잃어버리는 일이었다. 하루가 지나면 어제의 내가 낯설었고, 거울 속의 얼굴은 더 이상 나 같지 않았으며, 내가 하는 말은 어딘가에서 베껴온 것처럼 공허했다. 나는 내 몸과 정신이 조금씩 파편처럼 흩어져 사라지는 것을 느꼈고, 그 사라짐 속에서도 다시 약을 찾았다. 불안은 거대했고, 나는 작았다. 그 불안의 그림자 속에서 나는 내 생을 팔아넘기듯 약을 삼켰다.


그러다가 끊어야 한다는 절박한 순간이 왔을 때, 나는 알았다. 이제는 선택이 아니라 사형 집행과도 같은 것이구나. 끊는다는 건 죽음을 통과하는 일이구나. 금단은 내 몸의 가장 깊은 곳에서 나를 찢어냈다. 식은땀으로 범벅이 된 밤들, 두개골이 쪼개지는 듯한 고통, 숨이 막히며 공기가 폐로 들어오지 않는 순간들, 심장이 곧 멎어버릴 것만 같은 압박, 죽음이 현관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들리는 듯한 새벽들. 그 고통 속에서 나는 내가 인간이라는 것을 다시 알았다. 인간은 이렇게도 무너질 수 있구나, 그러나 동시에 이렇게도 버틸 수 있구나.


나는 살아남았다. 기적이라 부를 수도 없고, 우연이라 하기에도 부족하다. 그저 버티어냈다. 쓰러지지 않고, 견뎌내고, 천천히 지나왔다. 그리고 지금, 나는 내 과거를 바라보며 스스로에게 말한다. 마약을 끊었는데, 무슨 일을 못하겠는가. 세상은 여전히 불안하고, 실패는 언제나 닥칠 것이고, 인간의 마음은 늘 흔들릴 것이다. 그러나 나는 이미 더 깊은 지옥을 거쳐왔다. 나는 이미 내 몸과 정신이 무너져내리는 그 현장을 통과했다. 살아남은 자는 두려움을 모른다.


삶은 무겁지만, 죽음은 더 무겁고, 나는 그 무게를 어깨에 걸머지고도 살아남았다. 그러니 앞으로 무엇이 닥쳐도, 나는 또다시 지나갈 것이다.


마약을 끊었다는 사실은 단순한 기록이 아니다. 그것은 내 삶 전체를 지탱하는 기둥이다. 나는 스스로를 구원했다. 그리고 그 구원은 단 한 번으로 끝나지 않는다. 매일 아침 숨을 쉬는 순간마다 다시 구원하는 것이다. 나의 증거는 살아 있다는 사실이며, 살아 있다는 사실은 곧 내가 할 수 있다는 증명이다.


keyword
작가의 이전글반중 시위에 대하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