확률형 사랑

by 신성규

나는 이성을 고르는 나만의 방법론을 만들었다.

사람을 확률로 읽고, 점수로 계산하며, 가능성과 위험을 수치화한다.

그 방법을 다층적 스코어링으로 설계했다.

신뢰 가능성, 공감 능력, 갈등 해결력, 가치 일치.

각 축마다 가중치를 두고, 단일 점수로 환원하지 않았다.

초기 판단은 사전확률로 설정하고, 만남과 관찰 속에서 점점 업데이트했다.

“이 사람의 신뢰도 60% ± 15%”처럼 불확실성을 기록하며, 확정적 재단을 피했다.


나는 윤리적 제약을 설정했다.

0/1 룰, 절대적 배제는 금지했다.

한 번의 실수로 사람을 완전히 탈락시키지 않고, 재검토 기간을 두었다.

과거 트라우마나 상황적 요인을 고려하며, 변화 가능성을 점수화했다.

말보다 행동, 자기보고보다 반복 행동에 더 높은 점수를 주었고,

짧은 기간의 실천적 테스트로 내 모델의 민감도를 확인했다.


이 모든 과정은 현명하고 논리적이었다.

감정 소모를 최소화하고, 장기 안정성을 확보하며, 유해한 관계를 차단할 수 있었다.

나는 불확실한 관계, 예상치 못한 배신, 감정적 상처를 견디기 어렵다.


하지만 그 방법론을 쓰면서 동시에 깊은 불편함이 몰려왔다.

사람을 확률로 재단한다는 것은, 그들의 고유성, 변화 가능성, 인간적 깊이를 삭제하는 행위였다.

숫자로 표시되지 않는 사랑의 순간, 배려, 성찰, 작은 변화는 내 모델 속에서 사라진다.

현명함과 효율 속에서, 나는 올바름과 인간적 관용을 잃고 있었다.


나는 내 방법론을 사랑이라는 관계 속에서 실험하고 있었다.

효율적이지만, 차갑고 제한적이었다.

윤리적 가드레일을 넣고, 불확실성을 기록하며, 반복 행동을 관찰해도,

숫자 뒤에 숨은 인간의 가능성을 완전히 담을 수는 없었다.

그럼에도 나는 이 실험을 통해 배웠다.

현명함만으로는 관계를 살아있게 만들 수 없고, 올바름만으로는 자신을 보호할 수 없다는 것을.


결국 나는 확률 모델을 계속 쓰되, 마음 속에서 질문을 던진다.

“이 판단은 현명하지만 올바른가?”

숫자로 사람을 읽는 것이 아니라, 사람의 불완전함과 변화 가능성을 품는 용기가 진짜 선택임을 깨닫는다.

확률적 접근은 나를 보호하고, 윤리적 성찰은 나를 인간답게 만든다.

이 두 가지를 동시에 존중할 때, 나는 사랑과 관계 속에서 조금 더 균형 잡힌 나를 만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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