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핍과 중독

by 신성규

인간은 누구나 결핍을 안고 세상에 태어난다. 어린 시절 충분히 사랑받지 못한 사람, 안정적인 보호와 인정의 경험이 부족했던 사람, 혹은 지속적으로 부조리한 환경 속에서 살아온 사람들의 내면에는 언제나 빈자리가 존재한다. 그 빈자리의 크기와 깊이는 사람마다 다르지만, 공통적으로 우리는 그 공간을 메우고자 하는 욕구를 갖는다. 그리고 대부분의 경우, 우리는 외부 세계를 향해 손을 뻗는다. 사랑, 섹스, 돈, 명예, 권력, 혹은 종교—이 모든 것이 순간적 도파민을 제공하며 내 안의 결핍을 잠시나마 덮는다.


결핍이 과하면 이 외부 의존은 중독으로 이어지기 쉽다. 처음에는 단순한 위안으로 시작되지만, 반복될수록 더 강렬한 자극을 요구하게 되고, 결국 파괴적인 행동 패턴을 낳는다. 사랑받지 못한 아이가 성장 후 연애에 몰두하며 모든 가치를 사랑에 올인하거나, 일상적 권태를 돈이나 명예로 채우려 하는 것, 혹은 종교적 신념에 지나치게 집착하는 것이 같은 맥락이다. 외부 세계로 내 안의 결핍을 채우려는 시도가 인간의 뇌 속 보상 회로를 자극하고, 그 반복은 중독이라는 결과를 초래한다.


이 점은 역사적 사례에서도 분명히 확인된다. 베트남전 참전 미군의 약 20%가 전쟁 중 마약을 사용했지만, 미국 정부가 전쟁 후 이들의 중독 지속 가능성을 우려했던 것과 달리, 마약을 사용한 미군의 95%가 전쟁 후 스스로 마약을 끊었다. 전쟁이라는 극한 상황이 그들에게 마약을 찾게 만들었을 뿐, 약물 자체가 결정적 요인은 아니었던 것이다. 극한 환경과 소외된 생활방식, 그리고 안정적 관계의 결핍이 인간을 잠시 동안 외부 자극에 의존하게 만들었음을 보여준다. 인간은 불안과 공허 속에서 안도감을 줄 수 있는 무언가를 찾는다. 그것이 도박, 성인물, 게임, 알코올, 마약과 같은 중독적 활동으로 나타날 뿐이다.


반대로, 사랑받으며 자란 사람들은 다르다. 내면의 빈자리가 기본적으로 채워져 있기 때문에, 외부 자극에 올인할 필요가 없다. 도파민은 과도하게 분출되지 않으며, 삶은 파괴적으로 흔들리지 않는다. 외부 세계의 유혹을 경험하더라도 그것을 안정적으로 조절할 수 있는 힘이 존재한다. 이는 단순히 행복한 환경 덕분만이 아니라, 안정적 애착과 자기조절 능력, 그리고 내적 회복력이 발달했기 때문이다.


이러한 관점은 중독 문제를 이해하는 데 중요한 시사점을 준다. 외부 세계로 빈자리를 채우려는 시도를 완전히 부정할 수는 없지만, 그것만으로 삶을 채우는 것은 결국 반복적 실패와 고통으로 이어진다. 진정한 회복과 행복은 외부가 아니라 내 안에서 시작된다. 자기 자신을 이해하고, 부족한 부분을 스스로 채우는 과정, 그것이야말로 인간이 겪는 결핍을 넘어 중독을 예방하고 삶의 균형을 잡는 길이다.


결핍은 인간이 태어날 때부터 안고 있는 숙명과도 같다. 그러나 그 결핍을 어떻게 다루느냐가 한 사람의 삶을 결정한다. 외부 세계로 도피하며 채우려는 순간적 위안은 잠시뿐이지만, 내면의 빈자리를 직시하고 스스로 채워가는 과정은 끝없는 성장과 회복을 낳는다. 그리고 그 과정 속에서 인간은 처음으로 자유를 경험한다. 자유란, 더 이상 외부 자극에 흔들리지 않고, 자신의 결핍과 직면하며, 스스로 균형을 잡을 수 있는 능력이다.


결국 중독과 고통은 외부가 아니라 내면에서 시작된다.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순간적 쾌락이 아니라, 자신의 결핍을 이해하고 그것을 스스로 채워가는 용기다. 그 용기야말로 인간이 진정으로 자기 삶을 회복하고, 흔들리지 않는 행복으로 나아가는 길이다.

keyword
작가의 이전글확률형 사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