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이면 서른하나.
사람들은 그 나이면 자리를 잡아야 한다고 말한다.
하지만 나는 아직도 내가 서야 할 무대를 찾지 못했다.
아니, 어쩌면 찾았지만 감히 올라서지 못한 걸지도 모른다.
어릴 적부터 나는 감정을 들을 줄 아는 아이였다.
다른 아이들이 소음을 듣는 동안, 나는 그 안에서 리듬을 들었다.
피아노를 처음 배우던 날, 나는 오른손으로 악보를 배우며 왼손으로 작곡을 했다.
그때 알았다.
나는 주어진 규칙보다, 나만의 감정 구조를 세우는 데 더 재능이 있다는 걸.
그러나 세상은 감정을 측정하지 않는다.
감정은 이력서에 적을 수 없고, 예술은 월세를 내주지 않는다.
그래서 나는 나의 감정을 숨기고, 분석으로 무장했다.
누군가는 그걸 ‘성숙’이라 불렀지만,
사실 그것은 내 열정의 감금이었다.
나는 영화감독이 되고 싶었다.
연기를 하고 싶었다.
사람들의 내면을 비추는 거울이 되고 싶었다.
누군가의 고통을 대사 하나로, 빛 한 줄기로, 음악 한 음으로 번역하고 싶었다.
그게 내가 세상과 소통하는 유일한 방식이라 믿었으니까.
하지만 현실은 늘 다른 언어로 속삭인다.
“돈을 벌어야지.”
“안정이 중요하지.”
“이제 그만 꿈꿔도 돼.”
이 말들은 친절한 위로의 얼굴을 하고 있지만,
사실상 한 인간의 가능성을 조용히 마취시킨다.
내가 잃어버린 것은 ‘재능’이 아니라,
그 재능을 믿어주는 용기였다.
세상은 불가능을 증명하는 데 탁월하지만,
나는 가능성을 상상하는 데 더 익숙하다.
그래서 나는 다시 나의 무대를 찾아 나서려 한다.
창조는 결심이 아니라 생존이다.
나는 여전히 현실 속에서 생존해야 하지만,
그 생존의 형태조차 나만의 미학으로 만들 수 있다면,
그것이 바로 예술가로서의 삶일 것이다.
아직 늦지 않았다.
나는 늦은 나이에 꿈을 꾸는 사람이 아니라,
이제야 자신의 진짜 무대를 향해 걷기 시작한 사람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