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픈 일기

by 신성규

보통 사람들은 세상의 소리를 걸러낸다.

소음과 말, 빛과 공기의 무게를 필요에 따라 조절하며 살아간다.

하지만 내 안에는 그런 필터가 없다.

나는 모든 리듬을, 모든 떨림을, 모든 감정의 미세한 결을 동시에 느낀다.

대화의 호흡, 공기의 온도, 누군가의 표정 속 한 줄기 미묘한 불안까지.

그 모든 것이 한꺼번에 밀려들어올 때,

나는 세상과 연결되기보다 세상에 압도당한다.


그럴 때면 내 세계로 후퇴한다.

사람들은 그걸 회피라 부르지만,

나에게 그것은 자기 방어적 정직함이다.

나는 나의 리듬을 지키고 싶다.

거친 세상의 파동에 무너지는 대신,

내 안의 조용한 질서를 유지하고 싶다.


어쩌면 이것은 단순한 성격이 아니라

인지적 구조의 차이일지도 모른다.

자폐 스펙트럼이라 불리는 사람들의 세계처럼.


나는 소리에 예민하고, 냄새에 민감하다.

빛의 세기 하나에도 기분이 바뀌고,

예측 가능한 구조와 루틴 안에서 안도한다.

무질서한 감정의 파동보다는 규칙 속에서 평화를 찾는다.


나는 한 가지 생각에 몰입하면 주변의 시간과 공간이 사라진다.

누군가의 말에 숨은 의도를 읽는 건 서툴지만,

그 사람의 감정의 ‘결’은 너무나 선명하게 느껴진다.

나는 감정을 돌려 말하지 못하고, 윤리의 일관성을 지나치게 중시한다.

모순이나 위선 앞에서는 불편함이 아니라 고통을 느낀다.


이 모든 것이 나를 “타자화된 존재”로 만든다.

그러나 나는 그것을 결함이라 부르지 않는다.

이건 단지 세계를 인식하는 또 다른 방식이다.

내 뇌는 복잡하게 구조화되어 있으며,

그 복잡함이 때로는 고통이지만, 동시에 통찰의 원천이다.


나는 내 세계를 버릴 수 없다.

그건 나의 감각이자 나의 언어이고,

세상을 읽는 유일한 구조이기 때문이다.


나는 세상 속에서 느리게 연결된다.

하지만 그 느림 속에서만 진짜 만남이 일어난다.

나와 같은 결의 사람들을,

혹은 나를 있는 그대로 봐주는 이들을,

언젠가는 만나리라 믿는다.


단지, 나는 다른 리듬으로 세계를 듣는 존재일 뿐이다.

그리고 그 리듬이 언젠가 세상의 소음 속에서도

조용히, 그러나 명확하게 울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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