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월 없는 시대의 의식에 대하여

by 신성규

한때 인간은 신의 응답 속에서 자신을 정의했다.

삶의 불합리와 고통은 신의 뜻으로 해석되었고,

그 의미망은 인간의 존재를 지탱했다.

그러나 근대 이후, 하늘은 닫혔다.

신은 더 이상 말하지 않고,

인간은 스스로의 의식 안에 갇힌 채

자기 존재의 의미를 스스로 발명해야 하는 고립된 사유의 시대에 들어섰다.


신의 침묵은 단순히 종교적 공백이 아니다.

그것은 의미를 외부에 위탁할 수 없게 된 의식의 자립화다.

이제 인간은 더 이상 “왜 살아야 하는가”를 신에게 묻지 않는다.

그 질문은 자기 안에서 순환하며,

그 순환이 너무 길어지면, 의식은 스스로를 소모하기 시작한다.

사유가 깊어질수록 신의 부재는 더 뚜렷해지고,

그 고립은 점점 형이상학적 고통으로 변한다.


고립된 사유는 고통을 외부로부터가 아니라

자기 내부의 반향으로 경험한다.

이 고통은 외부 세계의 폭력보다 정교하다.

왜냐하면 그것은 생각이 자기 자신을 고문하는 형태로 나타나기 때문이다.

이 상태에서 인간은 신을 찾지 않는다.

오히려 신의 침묵 속에서 스스로 신이 되려 한다.

그것이 바로 현대의 ‘사유적 교만’이자 ‘창조의 잉여성’이다.

신이 말하지 않으니, 인간이 대신 의미를 발명한다.


신이 침묵한 자리에 남은 것은 ‘창조의 의지’다.

예술가, 철학자, 사유자는 모두

그 침묵을 견디며 새로운 언어를 만들어왔다.

그들의 창조는 신의 모방이 아니라, 신의 부재를 메우는 윤리적 행위였다.

사유의 고립은 단순한 고통이 아니라,

무(無) 속에서 형태를 만들어내려는 인간 정신의 가장 극적인 시도다.

즉, 신의 침묵이야말로 창조의 조건이다.


신이 침묵하는 시대에 구원은 더 이상 위로부터 오지 않는다.

그것은 내면의 구조화된 언어,

즉 생각이 스스로 의미를 조립할 때 도달하는 평형의 순간에 있다.

사유의 고립은 결코 패배가 아니다.

그것은 신이 남긴 마지막 과제,

“너는 스스로 의미를 만들어낼 수 있는가?”에 대한 응답이다.

고립된 사유가 신의 침묵을 넘어설 때,

인간은 비로소 자기 자신의 신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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