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모에 대하여

by 신성규

나는 외모를 가꿀 때마다 여자들이 내 말에 쉽게 고개를 끄덕였다. 내가 엉뚱한 말을 해도, 그들은 웃었다. 그 웃음은 나를 향한 것이 아니라, 내가 만들어낸 이미지에 대한 예의 같았다. 나는 그들이 내 말을 이해해서 웃는 게 아니라, ‘괜찮은 남자가 내 앞에서 이상한 말을 하네’라는 맥락 속에서 웃는다는 걸 느꼈다. 그리고 그게 싫었다.


그래서 나는 외모를 내려놓았다. 옷도 아무렇게나 입고, 체중 관리도 멈췄다. 내가 얼마나 ‘꾸며진 존재’였는지, 그 껍질을 벗겨보고 싶었다. 내 영혼을 사랑해주는 사람을 찾고 싶었다. 하지만 그렇게 되자 아무도 나에게 관심을 주지 않았다. 아무도 내 이야기를 듣지 않았고, 내 말에 웃지 않았다. 나는 그제서야 깨달았다. 세상은 ‘영혼’이라는 단어를 말하지만, 실은 영혼을 보지 않는다. 그들은 영혼이 담긴 패키지를 본다.


나는 스스로에게 물었다.

‘그럼 나는 어떤 사랑을 원한 걸까?’

‘사랑받고 싶어서 가꾼 나’와, ‘진심을 원해서 무너뜨린 나’ 사이에서 나는 길을 잃었다.

외모를 가꾸면 사람들은 다가왔고, 나를 꾸미지 않으면 세상은 조용해졌다. 결국 그 둘 다 진짜 사랑은 아니었다. 사랑은 ‘꾸민 나’를 통해 오지만, ‘꾸미지 않은 나’를 견디지 못한다. 그 간극 속에서 나는 존재했다.


이 세상에서 ‘영혼만으로 사랑받는 일’은 거의 불가능하다.

사람들은 아름다움에 이끌리고, 그 아름다움 속에서 마음의 문을 연다.

그 문을 통해 들어가야만 영혼이 닿는다.

나는 그것을 인정하기 싫었지만, 결국 인정하게 되었다.

외모는 진실을 가리는 가면이 아니라, 진실로 향하는 문이기도 하다는 것을.


그래서 나는 이제 다시 나를 가꾼다.

하지만 이번엔 타인의 시선을 위해서가 아니다.

내가 나를 사랑하는 방식으로, 나의 내면을 드러내기 위한 형식으로.

거울을 보며 묻는다.

“오늘의 나는, 내 영혼과 닮아 있는가?”

그 대답이 ‘그렇다’고 느껴지는 날,

비로소 나는 누군가에게 사랑받을 자격이 생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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