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긋난 윤리감각

by 신성규

나는 여자의 외모보다도 지능을 먼저 본다.

그것은 단순한 취향이 아니라,

내가 이 세상에 남길 사유의 연속성에 대한 의무감 때문이다.

내 아이가 어리석다면,

그건 나의 선택이 만든 결과이자

유전적 실패처럼 느껴질 것이다.

그 생각만으로도 죄책감이 밀려온다.


지능이란 나에게 유일한 자산이었다.

돈은 일시적이지만, 사고력은 나를 끝없이 재생시켜 주었다.

그래서 나는 스스로를 믿었고,

그 믿음은 때로 타인을 내려보는 형태로 변질되었다.

나는 여자를 평가할 때,

그녀의 아름다움보다 그녀의 사고 구조를 보았다.

대화의 깊이, 추론의 속도, 단어의 선택…

그녀가 나의 사고 리듬을 따라오지 못할 때면

감정이 아니라 유전적 불안이 나를 짓눌렀다.


이런 생각을 하며 나는 종종 스스로를 혐오했다.

지능을 신격화한 인간,

유전의 관점으로 사랑을 계산하는 인간,

그것이 바로 나였다.

나는 사랑을 생물학적 투자로 전락시켰고,

감정의 순수성을 이성의 척도로 환원시켰다.

아이러니하게도, 그 결과

나는 진정한 ‘사유의 유산’을 남기지 못했다.


이제 나는 안다.

지능은 유전될 수 있어도,

사유의 태도는 학습되어야 한다는 것을.

아이에게 물려줄 수 있는 것은 높은 IQ가 아니라,

세계에 대해 끝까지 생각하려는 자세일 것이다.

그 자세는 아름다움과 지능의 경계를 초월한다.


나는 여전히 바보 같다.

그러나 그 바보 같음 속에서

비로소 인간적인 자신을 다시 본다.

유전의 책임감이 아니라,

이해와 사랑의 가능성으로 누군가를 바라보는 법을

이제야 배워가고 있다.

keyword
팔로워 136
작가의 이전글지능 차이와 사랑의 구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