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을 위한 심적 거리

by 신성규

요즘 나는 자주 생각한다. 과연 우리가 느끼는 이 불안은 실재하는 것일까? 아니면, 단지 우리가 습득하고 내면화한 심리적 반응에 불과한 것일까?


물론 불안을 낳는 현실의 조건들은 실재한다. 경제의 불확실성, 인간관계의 갈등, 예측할 수 없는 건강 문제들. 이들은 모두 우리를 둘러싼 실제 세계의 일부다. 하지만 내가 점점 더 느끼는 것은, 그 실재보다 훨씬 더 거대하게 나를 지배하는 것은, 다름 아닌 내 안에서 생성되고 과장된 불안이라는 사실이다.


인간은 생존을 위해 위협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진화적 구조를 가졌다. 하지만 현대사회에서는 실제 위험보다 ‘정보’와 ‘예측’이 불안을 과잉 생산한다. 이로 인해 현실보다 불안이 더 강력한 실재처럼 작동하게 된다.


실재하는 불안 요소들은 어떤 경계처럼 존재한다. 그러나 우리의 심리는, 때때로 그 경계를 훨씬 넘어서 버린다. 현실은 하나의 단단한 점에 머물러 있는데, 마음은 그 점을 중심으로 무한한 가상의 위협과 상실의 서사를 만들어낸다. 실재보다 과도한 해석, 실재보다 더 짙은 두려움. 우리가 견디기 힘든 것은 어쩌면 현실 자체가 아니라, 현실로부터 파생된 이 심리적 그림자들일지 모른다.


그렇기에 나는 믿는다. 삶을 삶답게 살기 위해서는 현실로부터 나를 떼어낼 수 있는 심적 거리가 필요하다고. 그 거리 안에서만 나는 숨을 쉴 수 있고, 비로소 나 자신으로 존재할 수 있다.


심적 공간이란 단순한 도피가 아니다. 그것은 현실을 외면하는 것이 아니라, 현실과 나 사이에 조용한 여백을 만드는 일이다. 그 여백 안에서 나는 불안을 하나의 객체로 바라볼 수 있다. 그것이 나를 삼키지 않게, 내가 그것을 관찰할 수 있게.


철학이, 예술이, 사유가, 때로는 아주 작은 자연의 조각들이 이 심적 공간을 만들어준다. 나를 압도하려는 현실의 파도 속에서도, 한 겹 얇은 막처럼, 나를 지켜주는 투명한 공기가 된다.


나는 이제 안다. 불안은 언제나 나를 따라올 것이다. 하지만, 그 불안 속에서 길을 잃을지, 불안을 건너 삶의 중심으로 걸어들어갈지는, 오롯이 내가 만든 이 작은 심적 공간에 달려 있다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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