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는 SK스퀘어를 의도적으로 합병하지 않을 것이다.
지배구조 개편이 단순한 기업 전략 문제가 아니라,
상속 세대교체의 수학이기 때문이다.
한국 재벌 구조는 단순한 법인체가 아니다.
세습 가능한 권력 장치다.
지주회사 체제는 교과서적으로는 투명한 지배를 위한 장치지만,
한국에서는 상속세를 최소화하고 지배권을 최대화하는
산소호흡기이자 요새가 되었다.
한화가 보여준 방식은 교과서적이었다.
PBR 0.1, 시장가치를 10분의 1로 만들고,
“합리적 절차”라는 미명 아래
엄청난 자산의 미래 지배권을
말도 안 되는 비용으로 넘겼다.
이것은 단순한 절세가 아니다.
국가가 허용한 지배권 상속 알고리즘이다.
서민이 10억짜리 아파트를 1억으로 평가해서
취득세, 보유세, 양도세, 상속세를 내는 장면을 상상해보라.
그게 가능하면 욕먹고 감옥 간다.
그러나 재벌은 “시장 평가”라는 이름으로
그것을 합법화했다.
결국 문제는 세금 액수가 아니다.
세금의 철학과 비율이다.
서민은 노동소득과 부동산으로 번 소득을
명시된 세율 그대로 낸다.
심지어 고지서가 잔인할 만큼 정직하다.
반면 재벌은
시간을 누르고
가치를 낮추고
제도를 활용하며
“법적 합리성”이라는 방패로 세대를 넘어간다.
그래서 한국의 상속세 논쟁은
경제학이 아니라 정치철학이다.
“과연 누가 국가를 지배하는가?”
재벌은 조선왕조와 다른가?
선거는 5년마다 오지만
지배구조는 50년, 100년을 이어간다.
총수는 감옥에 갔다가도 돌아온다.
대통령은 감옥에 갔다가도 돌아오지 못한다.
대중은 말한다.
“대기업이 대한민국 먹여살린다!”
하지만 공적 재정의 실핏줄은
부가세, 소득세, 국민연금, 건강보험이고
그것은 보통 사람들의 정직한 납세 위에 서 있다.
한국의 세금 정의를 가르는 질문은 단순하다.
“사회는 강한 자의 유연함을 용인하고
약한 자에게만 엄격해야 하는가?”
만약 자유시장이라면
지배권도 시장에 맡겨야 한다.
만약 공동체라면
상속되는 권력엔 공공성을 부여해야 한다.
하지만 우리는 지금
시장도 아니고 공동체도 아닌
세습지배의 회색지대에 서 있다.
SK가 스퀘어를 합병하지 않는 것은 전략이 아니라
상속의 언어다.
지배구조 정리는 세금 구조가 정리되기 전에는 오지 않는다.
상속세 개정이 없는 한
한국 재벌의 미래는 자본시장보다
가문 설계도와 회계 모델에서 결정된다.
이것이 지금 한국 자본주의의 가장 큰 아이러니다.
민주주의 국가는 귀족제를 허용하고 있다.
그리고 우리는 질문해야 한다.
“세상은 정말 바뀌었는가,
아니면 단지 조용히 세습 구조가 진화했을 뿐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