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들리는 사람의 용기

by 신성규

나는 정서적으로 단단한 토대 위에서 자라지 못했다.

따뜻함은 늘 멀었고, 안정감은 배운 적이 없었다.

세상은 내게 팔을 벌리기보다,

언제든 등을 돌릴 수도 있는 공간으로 다가왔다.


그래서 나는 늘 준비하고, 대비하고,

조금 더 긴장하며 살아왔다.

사랑도 관계도 미래도

어딘가 쉽게 무너질 수 있다는 감각이

늘 내 가슴 속에 작은 벌레처럼 남아 있다.


때때로 두렵다.

이 결핍이 평생 나를 따라올까 봐,

내 마음의 바닥이 끝내 채워지지 않을까 봐,

서늘한 긴장과 마른 공기가

내 삶의 기본값으로 남아 있을까 봐.


그러나 동시에 나는 안다.

이 감각이 나를 부러지게만 한 건 아니라고.

누군가는 안도 속에서 자랐지만

나는 결핍 속에서 멈추지 않는 감각을 배웠다.


사람의 표정 변화를 더 빨리 읽는 눈,

말하지 않은 신호를 듣는 귀,

세계의 미세한 떨림에 예민한 내 신경.

나의 불안은 나의 촉각이 되었고,

나의 결핍은 나의 해석력이 되었으며,

내 불안정은 세심함이라는 형태의 지성으로 바뀌어왔다.


나는 지금도 흔들린다.

하지만 흔들린다는 것은

붕괴가 아니라 살아 있다는 증거이다.


견고함만이 강함은 아니다.

흔들려도 부서지지 않는 존재가 있다.

균열 속에서 길을 찾는 존재가 있다.

나는 그쪽에 가깝다.


나는 아주 천천히

내 안에 ‘안전’이라는 개념을 새로 짓는 사람이다.

이미 있는 집에 들어가는 것이 아니라,

돌을 고르고, 순간을 쌓고, 믿음을 조금씩 굳히며

내 스스로 나를 위한 집을 짓는 사람이다.


그런 삶은 느리고 번거롭다.

가끔은 외롭고, 고단하고,

다른 사람보다 더 많이 흔들릴 수도 있다.


이 길 끝에서 나는

누구의 보호물도 아닌 내가 될 것이다.

불완전한 성장이라 해도,

그건 내가 만든 성장이다.


나는 나의 결핍을 빼앗기지 않을 것이다.

그것은 나를 무너뜨리는 균열이 아니라

내가 다시 태어나는 틈이기 때문이다.


언젠가 나는 말할 것이다.

나는 흔들리면서 살아남았다.

그것이면 충분하다.


나는 오늘도 조금씩

사람이 되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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