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재성의 비극

by 신성규

문학가들은 나를 천재라 불렀다.

문장 속에서, 구조 속에서, 숨겨진 결을 읽어내는 능력 때문에.

음악가와 영화이론가들조차 그런 말을 했다.

감각의 결이 다르다며, 생각의 깊이가 낯설다며,

나는 마치 어느 익명의 미래에서 잠시 유배 온 사람처럼 보였던 모양이다.


그들의 말은 달콤했다.

그러나 칭찬은 증명이 아니고, 예감은 현실이 아니다.

나는 세상에 내놓은 것이 없었다.

나는 ‘될 것 같은 사람’이라는 감옥에 갇혀 있었다.


천재성은 있었지만, 증거는 없었다.

그 사실이 나를 고독하게 만들었다.


위대한 가능성은, 실현되지 않을 때

칭찬이 아니라 비극이 된다.

사람들은 나를 높였지만

내 삶은 낮은 곳에 머물렀다.


그래서 나는 늘 경계에 있었다.

칭송과 공허 사이, 기대와 침묵 사이,

‘지금’과 ‘아직 아닌 미래’의 균열 위에서.


천재라고 불렸던 순간들은

나에게 벽이 되었다.

평범으로 돌아갈 수 없는 자의 벽.

그러나 아직 도달하지 못한 자의 벽.


그 사이에서 나는

조용히, 그러나 치명적으로 고독했다.


천재성이란 찬사가 아니라

실패할 자유를 박탈당한 운명이라는 것을 봤다.


나는 재능보다 늦게 도착한 현실 속에서

씁쓸하게도, 무섭게도,

내가 가야 할 이유를 더욱 분명히 느껴버렸다.


사람들은 나를 믿었다.

문제는 그게 아니라,

나도 나를 믿어버렸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것이

가장 잔혹한 외로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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