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이 인간의 정신을 옮길 수 있다고 상상해보자. 우리의 모든 기억, 감정, 성향, 판단 패턴까지도 완벽히 복제할 수 있다면, 그 복제된 존재는 과연 나일까?
표면적으로는 “나의 정체성”이 이전된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그 순간부터 두 존재는 완전히 다른 시간의 궤도를 걷는다.
복제된 ‘나’는 더 이상 변화하지 않는다. 그는 지금 이 순간의 나로 ‘고정’되어 버린다.
시간의 흐름이 멈춘 정체성은, 살아있다고 할 수 있을까?
나는 생각한다. 정체성이란 고정된 데이터가 아니라, 끊임없이 변형되는 과정 그 자체라고.
기억은 덧붙여지고, 감정은 변색되며, 사고는 그 순간의 환경과 상호작용하며 다른 궤도를 그린다.
그러므로 나를 완벽히 복제하는 기술이 가능하더라도, 그 복제체는 나의 ‘상태’를 옮긴 것이지, ‘존재’를 옮긴 것이 아니다.
인간의 발전은 정체성의 전송이 아니라, 변화할 수 있는 능력의 확장에 있다.
마인드 업로딩이 실현된다고 해도, 그 행위는 단지 한 시점의 ‘정지된 나’를 보존하는 일에 불과하다.
변화하지 않는 존재는 더 이상 ‘나’일 수 없다.
왜냐하면 나의 본질은 끊임없이 ‘다시 생각하고, 다시 느끼는 존재적 운동’이기 때문이다.
즉, 마인드 업로딩은 인간을 ‘보존’하지만, 동시에 ‘멈추게’ 만든다.
그것은 영원한 기억의 저장이 아니라, 살아 있는 변화의 중단이다.
이 아이러니 속에서, 우리는 다시 묻게 된다.
“변하지 않는 나”를 원하는가, 아니면 “변할 수 있는 나”로 계속 살아가길 원하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