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사그라다 파밀리아를 보며

by 신성규

사그라다 파밀리아를 마주하면 인간이라는 존재가 무엇을 믿고 살아가는지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된다. 그 성당은 단순한 건축물이 아니다. 그것은 한 개인의 생애를 초과하는 시간을 전제로 세워진 구조물이며, 완성을 소유하지 않겠다는 인간의 드문 결심이 돌과 형태로 남은 증거다. 가우디는 자신이 살아 있는 동안 이 건축이 끝나지 않으리라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그럼에도 그는 도면을 그리고, 계산을 반복하고, 손으로 만질 수 없는 미래를 향해 구조를 남겼다. 인간은 때로 자기 삶 안에서 결실을 확인하지 못할 일을 위해 가장 진지해진다.


우리는 흔히 노력의 가치를 결과로 판단한다. 무엇을 남겼는지, 얼마나 완성했는지, 눈에 보이는 성취가 있는지를 묻는다. 그러나 사그라다 파밀리아 앞에서는 그런 질문들이 무력해진다. 이 건축은 오랜 시간 동안 ‘미완’이라는 상태로 존재해 왔고, 지금도 여전히 진행 중이다. 그럼에도 사람들은 이 성당을 실패작이라고 부르지 않는다. 오히려 인간 정신의 가장 높은 지점 중 하나로 기억한다. 완성되지 않았기 때문에 무가치한 것이 아니라, 완성되지 않았기 때문에 더 많은 시간과 사람을 품을 수 있었기 때문이다.


생각해보면 인간의 모든 지적 활동은 본질적으로 이와 닮아 있다. 예술은 언제나 해석을 남기고, 철학은 질문을 남기며, 학문은 잠정적인 설명만을 남긴다. 어떤 사유도 그 자체로 완결되지 않는다. 한 시대의 철학은 다음 시대에 의해 수정되고, 한 세대의 학문은 새로운 발견 앞에서 해체된다. 그러나 우리는 그것을 허무라고 부르지 않는다. 오히려 그 불완전한 축적이 인류의 진보라고 말한다. 개인의 사고는 언제나 불충분하지만, 그 불충분함들이 겹치며 하나의 방향성을 만들어낸다.


그래서 인간의 노력은 개인의 완성을 목표로 하지 않는지도 모른다. 한 사람이 모든 것을 이해하고, 모든 것을 표현하고, 모든 것을 증명하는 일은 처음부터 불가능하다. 중요한 것은 얼마나 완벽했느냐가 아니라, 얼마나 다음 사유를 가능하게 했느냐일지도 모른다. 한 사람의 글이 누군가의 생각을 멈추게 만들고, 한 사람의 작품이 또 다른 질문을 낳고, 한 사람의 연구가 다음 탐구의 출발점이 된다면, 그 순간 개인의 노력은 이미 인류 전체의 지성 속으로 흡수된다.


이런 의미에서 인간의 창조는 본질적으로 관계적이다. 그것은 고립된 성취가 아니라, 보이지 않는 연쇄다. 내가 완성하지 못한 것을 누군가가 이어서 생각하고, 내가 이해하지 못한 부분을 다른 누군가가 해석한다. 완성은 항상 미래에 유보되어 있고, 현재의 인간은 그 미래를 향해 작은 발판을 놓을 뿐이다. 그래서 인간의 지성은 직선이 아니라, 계단처럼 쌓인다. 각 계단은 낮고 불완전하지만, 전체로 보면 분명히 위로 향한다.


사그라다 파밀리아의 아름다움은 바로 이 지점에서 발생한다. 그것은 완결된 형태의 아름다움이 아니라, 지속의 아름다움이다. 자신이 끝을 보지 못하리라는 사실을 받아들이면서도,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음 단계를 남기는 태도. 아직 오지 않은 사람들의 손과 시선을 신뢰하는 마음. 인간은 보통 자신의 시간 안에서 의미를 증명받고 싶어 하지만, 이 성당은 그 욕망을 넘어선다. 의미는 지금이 아니라, 이어짐 속에서 발생한다는 사실을 조용히 보여준다.


어쩌면 인간에게 가장 고귀한 순간은 바로 이런 선택의 순간일지도 모른다. 나의 삶이 끝난 뒤에도 계속될 무언가를 위해 힘을 보태는 것, 그 결과를 확인하지 못해도 멈추지 않는 것. 그것은 희생이라기보다 신뢰에 가깝다. 인간이 인간을 믿는 방식, 그리고 인간이 미래를 믿는 방식이다. 완성되지 않음을 받아들이고도 계속하는 태도, 그 자체가 인간을 인간답게 만든다.


그래서 사그라다 파밀리아는 말한다. 완성하지 못해도 괜찮다고. 지금의 사유가 전부가 아니어도 괜찮다고. 중요한 것은 이 방향으로 계속 나아가고 있다는 사실이라고. 개인의 예술과 철학, 학문이 단 한 사람에게라도 작은 영감을 남긴다면, 그것은 이미 충분하다. 그것은 이미 인류의 시간 속으로 편입된 하나의 진보다. 그리고 그 조용한 기여들이 모여, 결국 우리가 인간이라 부르는 구조를 만들어낸다.


미래를 향해 힘을 보태는 일. 그 불확실하고 미완의 행위. 인간의 아름다움은 언제나 그 지점에서 시작된다.

keyword
작가의 이전글지식에 대한 고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