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들은 종종 나에게 말한다.
나와 있으면 편하다고.
내 앞에서는 감추지 않아도 된다고.
사람들은 보통 서로를 만날 때 조금씩 연기한다.
자신이 더 나아 보이도록, 혹은 덜 상처받도록.
말을 고르고, 표정을 다듬고, 마음속의 어떤 부분은 조심스럽게 가린다.
마치 옷을 입듯이.
그러나 이상하게도, 나와 있으면 그 옷을 벗어도 될 것 같다고 한다.
화장하지 않은 얼굴을 보이듯, 정리되지 않은 마음을 꺼내 놓는다.
어떤 이는 자신의 불안을 말한다.
밤이 오면 이유 없이 가슴이 답답해지고,
미래가 무너질 것 같은 느낌이 든다고 한다.
어떤 이는 오래된 사랑을 이야기한다.
이미 끝났다는 것을 머리로는 알지만
마음은 아직 그 사람의 이름을 조용히 부르고 있다고 한다.
어떤 이는 자신이 나쁜 사람인 것 같다고 고백한다.
질투를 느꼈지만 표현하지 못했고,
원하지 않는 웃음을 짓는 순간들이 있었다고 말한다.
나는 그 말을 들을 때 크게 반응하지 않는다.
놀라지도 않고, 위로를 과하게 하지도 않는다.
그저 듣는다.
사람은 자신의 이야기가 거부당하지 않을 때
더 깊은 곳까지 내려가게 된다.
처음에는 단순한 이야기로 시작한다.
음식 이야기, 직장 이야기, 일상의 사소한 불만이 이어진다.
그리고 어느 순간, 자신도 예상하지 못했던 영역으로 문장이 이동한다.
자신이 왜 외로움을 느끼는지,
왜 사랑하면서도 불안해하는지,
왜 누군가를 좋아하면서 동시에 도망치고 싶은지.
그녀들은 나에게 묻는다.
“이상하지 않아?
나 왜 이런 얘기까지 하고 있지?”
그때 나는 생각한다.
사람은 완전히 안전하다고 느낄 때만
자신의 깊은 부분을 말한다는 것을.
나는 특별한 말을 하지 않는다.
사람을 분석하려 들지도 않는다.
조언을 하거나 판단을 내리려 하지도 않는다.
나는 그저,
사람이 모순된 존재라는 사실을 조용히 인정한다.
사람은 사랑을 원하면서도 사랑이 무거워질까 두려워한다.
누군가에게 기대고 싶지만, 기대어 무너질까 걱정한다.
혼자 있고 싶으면서도, 혼자 남겨지는 것은 싫어한다.
그 모순은 잘못이 아니다.
그것은 인간이라는 존재가 처음부터 가지고 태어난 균열이다.
아마 그래서일 것이다.
그녀들은 나와 있으면 편하다고 말한다.
감추지 않아도 된다고 말한다.
자신의 가장 약한 부분까지 말할 수 있다고 말한다.
어떤 날은 조금 이상한 느낌이 들기도 한다.
내가 사람들의 마음을 열어버리는 사람이 된 것 같아서.
내가 의도하지 않았는데,
누군가의 내면 깊은 방으로 들어가 버린 것 같은 기분.
그러나 동시에 생각한다.
나는 그 문을 억지로 연 적이 없다.
나는 질문을 던지거나, 진실을 캐묻거나,
상대의 마음을 시험하지 않았다.
그저 솔직하려 했을 뿐이다.
솔직함은 공격도, 방어도 아니다.
솔직함은 긴장을 풀어주는 침묵에 가깝다.
사람은 누군가 자신을 판단할 것 같으면 말을 줄인다.
그러나 판단하지 않을 것 같으면,
오히려 말을 늘린다.
나는 사람을 바꾸려 하지 않는다.
사람을 완벽하게 만들려고도 하지 않는다.
나는 사람에게서 완전함을 기대하지 않는다.
사람이란 애초에 완전할 수 없는 존재라고 믿기 때문이다.
누군가는 강한 척하지만 속으로는 무너지고 있고,
누군가는 차가운 척하지만 사실은 사랑받고 싶어한다.
누군가는 웃고 있지만, 웃는 이유를 스스로도 모른다.
그 모든 모습이 인간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그녀들은 말한다.
나와 있으면,
마치 오래된 비밀 하나를 내려놓는 느낌이 든다고.
그리고 나는 생각한다.
사람이 누군가에게 자신의 모든 것을 말한다는 것은
사실 용기가 아니라
어쩌면 자신이 이해받고 있다는 착각에 몸을 맡기는 일일지도 모른다고.
하지만 그 착각이 때로는
사람을 살아가게 만든다.
우리는 모두 누군가에게
완전히 이해받고 싶어하지만
완전히 이해될 수는 없다는 것을 알고 있다.
그래서 사람은
이해받고 있다는 느낌만으로도
조금은 숨을 쉴 수 있다.
그녀들은 나에게 말한다.
나 앞에서는
모든 것을 말해도 괜찮을 것 같다고.
나는 그 말을 들을 때
조용히 생각한다.
나는 단지,
사람이 자신의 그림자를 두려워하지 않기를 바랐을 뿐이라고.
그리고 어쩌면,
그것이 내가 사람을 대하는 방식의 전부일지도 모른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