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아이들에게는 흙이 없다. 놀이터는 점점 사라지고, 고운 모래 대신 딱딱한 바닥이 깔린다. 아이들은 넘어지지 않지만, 함께 부딪히며 배우는 법도 잃어간다. 나는 생각한다. 아이들은 흙을 만져야 한다고. 흙을 통해 감각을 깨우고, 세상과 연결되는 법을 배워야 한다고. 놀이는 그저 시간이 흘러가는 틈이 아니라, 마음이 자라나는 시간이다. 친구와 싸우고, 다시 손을 잡고, 나보다 작은 생명을 발견하는 과정 속에서 아이들은 사회를 배운다.
만약 내게 아이가 생긴다면, 나는 그 아이에게 행복이 무엇인지 말이 아닌 감각으로 알려주고 싶다. 햇살 속에서 자유로이 뛰노는 피부의 따뜻함. 흙 냄새가 풍겨오는 오후의 안전함. 자유롭게 질문할 수 있고, 실수할 수 있는 공간.
나는 그 아이에게 ‘세상에 물들지 않는 보호막’이 되어주고 싶다. 그 보호막은 현실로부터 숨기는 방패가 아니라, 세상 속에서도 아이가 자기 색을 잃지 않도록 지켜주는 투명한 우산이다. 언젠가 아이가 자라 내 보호막을 접고 혼자 걸어야 할 순간이 올 것이다. 그때 나는, 세상에 물들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과, 떨리는 손이지만 스스로 우산을 펼 수 있는 용기를 담아— 마지막까지 그 옆에 서 있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