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계란 단순한 경로의 끝이 아니다. 그것은 존재가 스스로를 다시 묻는 지점이며, 세계와 자아의 구분이 흐려지는 문턱이다. 인간은 본질적으로 경계 위에 존재한다. 태어남과 죽음 사이에서, 이성과 본능 사이에서, 주체와 타자 사이에서, 끊임없이 자신을 가늠한다.
경계는 절단선이 아닌, 흔들리는 다리다. 우리는 그 다리 위에서 균형을 잡기 위해 ‘의식’이라는 장치를 발명했고, 그 불안한 자각은 곧 ‘철학’이라는 사유로 발전했다. 경계에 선다는 것은 고통이자 기회다. 불확실성을 감내할 용기가 있는 자만이 새로운 질문을 던지고, 새로운 삶을 설계할 수 있다.
경계란 물러섬이 아닌, 진입이다. 미지로 향하는 발걸음의 출발선이며, 기존의 의미 체계를 해체하고 다시 구축하는 창조의 현장이다.
나는 종종 중심이 아닌, 그 끝자락에 서 있다. 안과 밖, 빛과 어둠, 이성과 감성, 현실과 상상… 그 어딘가. 그곳은 누구에게도 완전히 속하지 않는 자리, 그러나 모든 가능성이 중첩되는 장소다. 나는 선을 밟고 있었다. 한쪽은 따뜻했고, 다른 쪽은 차가웠다. 햇살과 그림자가 나를 나누려 했다. 그 틈에서 나는 숨을 쉬고 있었다.
경계란 늘 아슬아슬하다. 한 발만 잘못 디뎌도 추락이고, 한 번만 숨을 삼켜도 돌이킬 수 없는 방향으로 굴러간다. 그러나 역설적이게도, 그 아찔한 줄 위에서만 볼 수 있는 풍경이 있다. 높고 낮음, 안과 밖이 모두 보이는 시선. 그건 중심에 있는 자들이 절대 가질 수 없는 시야다. 경계는 이상한 곳이다. 둘 다 맞고, 둘 다 틀리며, 가끔은 아무것도 아닌 것처럼 느껴진다. 하지만 그곳엔 말로 설명할 수 없는 떨림이 있다. 고요 속에서 자라는 불안. 하지만 동시에, 어딘가로 날아오를 수 있을 것 같은 희망.
경계에 선 자는 흔들린다. 하지만 그 흔들림은, 곧 춤이다. 나는 경계 위에서 춤을 배웠다. 넘어지지 않기 위한 몸짓이 어느 순간 춤이 되었다. 두 세계를 오가며 얻은 리듬은 어디에도 없는 멜로디였다.
위험함은 나를 예민하게 만들고, 그 예민함은 나를 깨어있게 한다. 잠든 감정들을 깨우고, 숨어있던 가능성을 끌어낸다. 누구도 가보지 않은 길에 발자국을 남기는 사람은 언제나 그 경계에 머물던 자다.
때론 외롭고, 때론 이해받지 못한 채 버려지기도 한다. 하지만 나는 안다. 경계에 선다는 건 소속되지 않는 두려움이자, 어디에도 속할 수 있는 자유다. 틈으로 빛이 스며들었다. 한 발은 아직 어둠에 있었지만, 다른 발은 어느새 새로운 세계를 딛고 있었다.
나는 여전히 경계에 서 있다. 낙하와 비상을 동시에 상상하며, 떨리는 발끝으로 가능성을 딛는다. 경계에 선 자만이 본다. 모든 끝이 시작이라는 것을. 다시 춤을 춰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