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정만으로 범벅된 시는 마치 채도가 높은 물감만 쏟아부은 캔버스 같다... 나는 요즘 유독 뜨거운 글을 자주 만난다. 화염처럼 타오르는 단어들, 고통을 그대로 옮긴 문장들. 그 글들엔 열이 있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나는 그 열 속에서 고귀함을 느끼지 못한다. 그건 아마도 ‘승화’의 부재 때문일 것이다.
감정이란 원래 날것이다. 누구나 고통을 겪고, 누구나 외로움을 느낀다. 하지만 그 감정을 언어라는 도가니에 넣고, 사유라는 불꽃으로 조리해낸 자만이 독자의 마음에 닿는 문장을 만들어낼 수 있다. 그 과정 없이 쏟아낸 말들은,
그저 무질서한 열감일 뿐. 진흙이 구워지지 않으면 도자기가 될 수 없듯이, 고통도 승화되지 않으면 예술이 되지 못한다.
나는 구조 없는 시, 비유의 결이 사라진 문장을 읽을 때마다 그 안에 감춰진 미성숙한 분노만을 본다. 그것은 뜨겁지만, 타인을 데울 수 없는 불이다.
“열은 있는데, 불꽃은 없다.”
감정은 뜨겁지만, 승화되지 않으면 그저 연기만 피어오를 뿐...
처음엔 자극적이지만 곧 지치고, 의미의 결이 없는 문장은 공허해진다. 시와 글은 감정의 찌꺼기가 아니라, 고통의 구조 위에 지어진 건축물... 가짜 시인들이 내가 시를 싫어하게 만든다...
아무리 격정적 감정이라도, 독자가 따라갈 수 있는 리듬과 순서가 있어야 한다. 도입, 전개, 전환, 결말이라는 내적 질서 없이 쏟아지는 말은 그저 ‘배설’에 가깝다는 생각.
아름다운 시는 늘 고통의 흔적을 품고 있지만 동시에, 삶을 통과한 감정, 스스로 해체하고 재조립한 언어만이 독자의 마음을 울린다. 모든 걸 말하려는 시는 아무것도 말하지 못한다. 생략, 간격, 정지의 미학을 아는 시인은 자신이 말하지 않은 것으로 더 많은 걸 전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