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때로 말이 버겁다. 입술은 감정을 다 담지 못하고, 문장은 내 안에서 먼저 울음을 터뜨린다. 그럴 땐 손끝이 반응한다. 건반 위에서, 혹은 종이 위에서. 나에게 음악은 문장이고, 글은 음표다
어릴 적부터 나는 ‘소리’보다 ‘의미’를 먼저 들었다. 사람들은 이야기했지만, 나는 말 속에 감춰진 멜로디를 들었고, 감정이 선율처럼 파형을 그리는 걸 느꼈다. 그래서였을까. 누군가는 피아노를 두드리며 곡을 만들고, 누군가는 시를 쓰며 자기를 꺼낸다 했을 때, 나는 두 세계를 동시에 품었다.
내가 글을 쓰는 것은 사실상, 내 내면에 울리는 작은 합창을 기록하는 일이다. 문장을 읽는 당신이 숨을 들이킬 때마다, 그 글에 박자가 생기고, 감정에 음정이 붙는다. 나 혼자 부르는 노래였지만, 이제는 함께 부르는 앙상블이 되었다.
또, 내가 음악을 들을 때는 어떤 말도 필요 없었다. 리듬 하나에 내가 겪은 계절들이 다 녹아 있었다. 그건 어쩌면 언어보다 먼저 찾아온 감정의 언어였다. 사람들이 미처 말하지 못해 삼킨 이야기들이, 소리의 파동으로 공기를 흔들 때, 나는 그 흔들림을 들을 수 있었다.
말은 지워져도 소리는 남고, 문장은 잊혀도 멜로디는 속삭인다. 나는 이 두 개의 언어 사이에서 산다. 말을 할 수 없을 때 음악이 대신 이야기하고, 음악을 즐길 수 없을 때 글이 노래한다. 그래서 나는 음악으로 말을 하고, 글로 노래를 부른다. 그 둘 사이 어딘가에서, 나는 나를 만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