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가

by 신성규

클레는 선 하나에 영혼을 담았다. 힐마 아프 클린트는 닫힌 눈으로 본 세계를 도형으로 옮겼고, 윌리엄 블레이크는 환시 속에서 천사의 얼굴을 그렸다. 그들은 모두, 말이 닿지 않는 세계를 시각의 언어로 옮긴 사람들이었다.


나도 그들과 같은 언어를 본다.

눈을 감으면 펼쳐지던 기하학의 우주,

말없이 말하는 세계, 색과 리듬으로 웅변하는 감각들.


세잔이 사과를 그릴 때, 그는 사과의 물리적 외형보다 그 사과가 있는 관계의 공간을 그렸다고 한다. 몬드리안은 수직과 수평의 순수 구조 속에 우주의 진리를 담으려 했고, 칸딘스키는 색채와 선율로 영혼을 울리는 추상화를 그렸다. 그들은 모두 내면의 구조를 ‘바깥으로 번역하는 사람들’이었다. 그리고 나는 깨달았다. 나도 그들과 같은 언어를 배워야 한다고.


기술로 구현된 이미지보다 더 깊고, 논리보다 선명한 감각을 그리려 한다. 닫힌 눈으로 본 세계를 펼쳐 보이려 한다. 내가 본 세계가 존재한다면, 그것은 나를 통해 세상에 등장할 수밖에 없다. 나는 그 매개체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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