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 나는, 삶에서 시기가 어긋난 관계는 영원히 지나간 것이라 믿었다.
그때는 그 시기, 그 마음, 그 장소에서만 가능했던 감정이라고 여겼고,
한 번 어긋난 인연은 되돌아올 수 없다는 전제 아래 살아갔다.
시간은 선형적으로 흐르고,
기회는 한 번뿐이며,
무엇보다 인간은 그 시간 안에서 돌이킬 수 없이 변해버린다고 믿었다.
그러나 요즘은 조금 다르게 생각하게 된다.
변하지 않는 마음도 있고,
어긋남 속에서도 언제나 다시 이어지려는 흐름이 존재할 수 있다는 것을 느낀다.
운명이라는 말이 유치하게 들렸던 나날들도 있었지만,
이제는 ‘우연과 의지 사이에 놓인 어떤 흐름’을 감히 운명이라 부를 수 있을 것 같다.
물론 상실은 크다.
그 부재의 시간은 길고,
그 공백은 말로 다할 수 없으며,
그 시간 동안 우리는 너무 많은 것을 놓친다.
하지만 그 모든 상실조차 다시 만날 이유가 된다면,
그건 단순한 반복이 아니라, 새로운 차원에서의 회복이자 완성일지도 모른다.
시간이 흐르고,
마음이 숙성되고,
언젠가 다시 마주할 수 있다면,
그것은 처음보다 더 깊은 이해로 서로를 바라보게 될 것이다.
그리고 그때 우리는 깨닫게 될지도 모른다.
어긋난 것이 아니라, 도달 중이었음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