떫음에 대한 기억

by 신성규

나는 초등학생 때 숙제로 감에 대한 시를 썼다. 단순히 ‘달콤하다’는 감이 아니었다. 떫은 감의 미묘한 결을 느끼고, 그것을 말로 풀어내고 싶었다. 그건 내 안에 처음 움튼 미학적인 감각의 시작이었을지도 모른다. 미완성의 단어들이었지만, 마음으로 지은 시였다.


하지만 그 시는 내 것이 아니라고, 선생님은 단정지었다. 베꼈다고 했다. 나는 억울했고, 부끄러웠다. 그 한마디는 깊고 빠르게 내 창의력의 샘을 막았다. 누구에게도 들키지 않으려, 나는 시를 피했다. 나만의 언어를 쓰는 게 두려워졌다.


어쩌면 그때 나는 배운 것 같다. 세상은 순수한 창작을 의심한다는 것. 너무 감각적이면 의심받고, 너무 독창적이면 인정받기보다 먼저 오해받는다는 것. 그렇게 나는 시를, 감정을, 그리고 나만의 표현을 숨기게 되었다.


어른이 된 지금도, 가끔은 생각한다. 그 선생님이 나의 시를 그럴 리 없다고 말한 게 아니라, 정말 대단하구나라고 말했다면 어땠을까. 나는 어떤 다른 삶을 살았을까.


어른이 아이의 천재성을 무너트리기는 너무나 쉽다. 나는 그 점을 안다. 그래서 천재는 만드는 것이 아닌 지키는 것이란 것을 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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