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옷을 잘 입는 사람들을 보면, 단지 미적 감각이 뛰어나다기보다 사람을 읽는 능력이 높다는 생각이 든다. 색감을 자유롭게 조합하고 조화를 낼 줄 아는 사람은, 눈에 보이는 색만 보는 것이 아니라 타인의 시선과 감정, 그리고 사회적 분위기를 민감하게 읽고 조율하는 사람일 가능성이 높다.
그들은 색의 온도를 느끼고, 분위기의 결을 파악하며, 자신의 표현이 타인에게 어떤 감정을 유도할지를 선험적으로 감지한다. 이것은 단순히 예쁜 걸 고르는 기술이 아니다. 타인과 나 사이의 심리적 거리를 가늠하고, 관계 속에서 자신을 어떻게 배치할지 아는 사회적 감각이다.
그 감각은 종종 공감력과 맞닿아 있다. 옷을 입는다는 것은 단지 나를 위한 것이 아니라, 타인을 배려한 표현이기도 하다. 내 옷차림은 타인과의 거리, 대화의 온도, 나를 보는 시선을 설계한다. 옷을 잘 입는다는 것은, 결국 ‘어떻게 보일지’에 대한 계산이 아니라 ‘어떻게 연결될지’에 대한 감각이다.
이런 관점에서 볼 때, 실리콘 밸리의 많은 공학자들은 이 감각이 상대적으로 결여되어 있다. 그들은 기능과 효율에 집중하지만, 타인의 내면을 읽고 정서적으로 조율하는 능력에서는 종종 디자이너나 마케터들에게 뒤처진다. 이는 단지 감성적인 취향의 차이가 아니라, 타인의 심리를 해석하는 능력의 차이를 보여주는 사례다. 기술이 아닌 감정의 맥락에서 사람을 이해하는 능력은, 눈에 보이지 않지만 깊이 있는 인간적 연결을 가능하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