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 속 침묵은 관계의 끝

by 신성규

사람을 관찰하는 것이 내 오랜 습관이자 취미였다. 어떤 이의 말투와 손짓, 말을 잇기 전 머뭇거리는 시간 속에서 나는 그 사람의 내면을 읽는다. 인간의 말과 행동은 대개 목적성을 띤다. 누군가에게 다가가기 위해, 자신을 포장하기 위해, 혹은 타인을 밀어내기 위해. 그러나 때로는 그 목적성조차 사라진 순간들이 있다. 무의식 속에서 툭 튀어나오는 말과 몸짓들. 그 안에는 의식으로는 다듬지 못한, 가공되지 않은 자아의 파편이 있다.


관찰이 깊어질수록 깨닫는다. 사람들은 본능적으로 ‘보이고 싶은 자아’와 ‘보여지는 자아’를 나누며 살아간다. 그래서일까. 연인 관계를 들여다보면 역설적인 장면이 많다. 어떤 이들은 파트너에 대해 끊임없이 투덜거린다. 처음엔 그것이 관계의 위기처럼 느껴질 수 있다. 그러나 나는 오히려 그 반대라고 본다. 투덜거릴 수 있다는 것은, 아직 기대하고 있다는 뜻이다. 감정을 표현할 만큼 상대에게 마음을 두고 있다는 증거다.


정말 무서운 것은 침묵이다. 아무 말도 하지 않을 때, 무언가가 이미 끝나있다는 신호일 수 있다. 무던한 듯 끌려가는 관계, 적당히 타협하며 사는 듯한 연애 속엔 오히려 커다란 단절이 숨어있다. 사람들은 말한다. “맞춰주며 산다”고. 하지만 맞춘다는 건 절대적 침묵이 아니라, 충분한 대화와 타협을 거친 후의 ‘자발적 양보’여야 한다. 가치관이 완벽히 일치하는 커플은 없다. 사실, 그건 인간관계에 대한 지나친 이상화일 뿐이다. 모든 관계는 끊임없는 ‘조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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