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의 프라이버시

by 신성규

심리를 공부하면서 더욱 선명해진 사실 하나. 인간의 방어기제는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깊고, 무섭다. 자신을 지키기 위해 벌이는 무의식적 기제들. 그 회로는 사랑 속에서도 쉬지 않고 돌아간다. 때로는 사랑마저 방어기제의 도구가 된다. 자신이 누구인지, 왜 이런 사람을 사랑하게 되었는지를 잊은 채, 우리는 ‘함께 있음’ 자체를 삶의 안정장치로 삼는다.


그래서 발생하는 아이러니. 겉으로 보기엔 문제투성이인 부부가, 실제로는 헤어지지 않고 산다. 누군가는 포기했고, 누군가는 적응했으며, 또 누군가는 ‘그게 사랑’이라 믿기로 했다. 우리는 외부인이기에 그 사정의 전부를 알 수 없다. 경제적 사정, 자녀, 오랜 정, 혹은 눈치채지 못한 가스라이팅. 사랑과 지배는 때때로 모호하게 겹쳐 있다.


그렇기에 연인 사이의 투정과 불만을 섣불리 판단해서는 안 된다. 그것은 그들만의 서사이고, 프라이버시다. 다만 한 가지. 신체적, 정신적으로 명백한 학대가 일어날 때 우리는 더 이상 방관자가 되어서는 안 된다. 정신적인 지배는 언어와 태도, 침묵으로 이뤄지기에 때로는 증거조차 없다. 그러나 그런 지배는, 한 사람의 존엄을 조금씩 침식시키며 삶을 무너뜨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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