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계의 문을 여는 방식

by 신성규

나는 언제나 내 결함과 결핍을 먼저 꺼낸다. 마치 주머니에 오래 넣어둔 돌멩이 하나를 내밀듯, 조심스럽지만 주저함 없이. 이것은 나에게 있어 일종의 의식 없는 의례이자, 문을 여는 행위다.


사람들은 대개 자기 방어로 가득 차 있다. 스스로의 약점을 들키지 않기 위해 애쓴다. 사회가 요구한 ‘정상성’이라는 껍질 안에 자신을 집어넣고, ‘괜찮은 사람’인 척 하며 살아간다. 하지만 나는 조금 다르게 살아왔다. 결핍은 나의 일부이고, 나는 그것을 감추지 않는다. 오히려 가장 먼저 꺼내 보인다.


사람들은 그런 약점을 함부로 이야기하면 안 된다고 말한다. 하지만 나는 안다. 그 약점이 보이지 않아 친해질 수 있는 사람이라면, 그 관계는 처음부터 의미가 없다. 내가 누구인지, 어떤 결을 가진 사람인지 드러났을 때에도 그 곁에 머물 수 있는 사람만이 진짜 관계를 맺을 수 있다.


이런 나의 태도는 처음엔 누군가에게 낯설게 다가올 수도 있다. 하지만 그 낯섦은 곧 신뢰로 바뀐다. 사람들은 안심한다. 내가 먼저 맨 얼굴을 내보였기 때문이다. 경계가 풀리고, 그제야 조용히 그들도 문을 연다. 그 누구에게도 말하지 않았던 비밀, 스스로조차 뚜렷하게 의식하지 못했던 감정, 말로 잘라 말하지 못했던 상처들이 내게 흘러든다. 나는 경청한다. 판단하지 않고, 해답을 강요하지도 않는다.


이것은 전략이 아니다. 어떤 전술적인 계산도 없고, 누군가에게 사랑받기 위한 포장도 아니다. 그저 나라는 사람의 존재 방식이며, 관계에 접근하는 방법론적인 본능이다.


사람과 깊이 있는 관계를 맺기 위해 필요한 것은, 언제나 먼저 벗는 용기다. 말 잘하는 능력이 아니라, 스스로를 드러낼 줄 아는 솔직함. ‘이 정도면 안전하겠지’ 하고 계산하지 않고, 그냥 솔직히 내어주는 것.


결함을 먼저 드러내는 삶은 쉽지 않다. 때로는 그것 때문에 상처받기도 하고, 이용당하기도 한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이 방식을 고집한다. 내가 먼저 문을 열었을 때 마주한, 진짜 인간의 얼굴들. 그 얼굴들은 그 어떤 계산된 관계보다 더 깊고, 더 오래 남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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