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너무 자주, 너무 멀리 생각해버리는 사람이다.
머릿속에선 세 가지 문장이 동시에 겹치고,
상대의 표정을 읽으며 그의 동기까지 추론하고,
말의 순서를 재배열하고 나서야 입을 연다.
나는 언제나 ‘나를 잊지 않는’ 상태에서 세상을 본다.
그러나 사랑은 그 모든 것을 부숴버린다.
사랑은 나를 ‘덜 똑똑하게’ 만든다.
아니, 더 정확히는 생각하지 못하게 만든다.
계산은 느려지고, 판단은 흐려지고,
어딘가 바보가 된 듯한 그 나른함 속에서,
나는 마침내 ‘나’를 내려놓는다.
이 감정은 오히려 구원이 아닌가?
너무 많이 아는 사람은 쉽게 감정을 신뢰하지 못한다.
너무 쉽게 예측하는 사람은 타인을 기다리지 못한다.
나는 상대의 말 끝에 숨겨진 불안과, 망설임의 구조를 파악하고
사랑마저 구조화하고 의심하고 논리적으로 증명하려 든다.
그러는 사이, 사랑은 날아가 버린다.
내가 사랑에 빠졌던 순간들은 모두
나 자신이 어리석어졌던 순간이다.
그 순간 나는 해방된다.
세상이 단순해지고, 의미가 줄어들고,
복잡한 구조를 포기한 채,
이 사람만 좋으면 그만인 마음으로 돌아간다.
그래서 나는 사랑을 그리워한다
사랑은 나를 완성시키지 않는다.
오히려 나를 해체시킨다.
그런데도 나는 그 감정을 그리워한다.
왜냐하면 그 감정 속에서
나는 더 이상 나를 해석하지 않아도 되기 때문이다.
사랑은 나를 멍청하게 만들었지만,
그 멍청함 속에서 나는 처음으로 평화를 느꼈다.
똑똑한 사람은 사랑을 하기 어렵다.
허나 진정한 사랑은 똑똑한 사람을 멍청하게 만든다.
동시에 행복하게 만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