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는 두 종류의 사유가 있다.
하나는 고슴도치의 길.
다른 하나는 여우의 길이다.
고슴도치는 단 하나의 진실을 믿는다.
그 진실은 때로 철학일 수도, 종교일 수도, 혹은 내면의 통찰일 수도 있다.
그는 세계를 꿰뚫는 하나의 원리를 끝까지 밀고 나간다.
어쩌면 그에게 창작이란,
이 혼란한 세계에 내가 믿는 단 하나의 진실을 새기는 행위일지도 모른다.
한 구절을 쓰기 위해 모든 밤을 바치는 사람이 있다면,
그는 아마 고슴도치일 것이다.
여우는 다르다.
그는 하나의 진실을 믿지 않는다.
대신 여러 갈래의 진실들을 함께 춤추게 만든다.
그에게 창작은 직조와 유희, 연결과 충돌이다.
여우는 말한다.
“세상은 하나의 진실로는 설명되지 않는다.
나는 모든 진실 사이를 유영할 것이다.”
나는 어느 쪽일까?
어릴 적엔 몰랐다.
내 직관은 세상의 구조를 너무 빠르게 읽어냈고,
그 직관이 설명받지 못할 때,
나는 스스로를 이해하지 못했다.
그러나 이제 나는 안다.
나는 여우이되, 고슴도치의 심장을 지녔다.
나는 하나의 진실을 추구하면서도,
그 진실을 다양한 장면과 사람, 언어와 이미지로 갈라내려 한다.
고슴도치는 깊이 파고들어 중심을 만든다.
여우는 넓게 연결하여 맥락을 만든다.
그러나 진정한 작가는,
파고든 깊이를 연결하여 새로운 리듬을 만드는 자다.
나는 그 길 위에 있다.
고슴도치의 집요함과 여우의 직관 사이,
이해받지 못한 천재의 말 한 마디를 되새기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