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스트레스를 받으면 망가진다.
그저 기분이 나빠진다거나, 우울해지는 수준이 아니다.
몸이 무너진다. 살이 빠지고, 얼굴은 해골처럼 변하고,
기운이 빠지고, 말이 줄어든다.
나는 그 상태를 안다.
말없이 고개를 떨군 채, 세상을 견디는 방법밖에 없던 시절들이 있었다.
그러나 이제 나는 조금씩 깨닫는다.
이건 약함이 아니다.
이건 정밀함이다.
내 몸은 세상의 진동을 지나치지 못한다.
작은 소리 하나, 표정 하나, 기류 하나도
내 내부의 고요한 호수에 파문을 일으킨다.
그리고 그 파문은 잔잔히 멈추는 법이 없다.
커지고, 깊어지고, 끝내 나를 휩쓴다.
나는 생존을 위해 감정을 억누르지 않는다.
오히려 그 감정은 내 안에서 소리를 지르고,
신체라는 무대에서 장면을 연출한다.
살이 빠지는 것은 나의 저항이자 언어다.
말할 수 없기에, 내 몸이 말하는 것이다.
“나는 지금 무너지고 있다”고.
이런 나를 사랑하기는 쉽지 않다.
하지만 그 사랑이야말로, 내가 살아남는 유일한 방법이다.
그래서 오늘도 나는,
한 조각 무너짐을 글로 붙들고,
다시 조금씩 나를 세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