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은 물질이었다

by 신성규

나는 시간을 숫자로 느껴본 적이 없다.

누군가에겐 그것이 달력이고, 시계이고, 계획표일 수 있지만

내게 시간은 언제나 무게로 다가왔다.

그건 비유가 아니라 실제였다.

가슴 위에 얹혀 있는 어떤 것.

무릎에 주저앉히는 무거움.

손끝에 스쳐 나가는 감촉.


나는 어릴 적부터 감각에 예민했다.

소리의 떨림, 냄새의 궤적, 타인의 체온.

그 모든 것들이 시간을 대신해서 말을 걸어왔다.

그래서였을까.

내게 시간은 흘러가는 것이 아니라, 붙드는 것이었다.


사람들은 지나간 시간에 대해 말하지만

나는 ‘지나감’을 거의 느끼지 못한다.

오히려 시간은, 그 자리에 남아 나를 바라보는 존재였다.

어떤 말도 없이 묵직하게.

그 시간들은 나를 떠난 적이 없었다.

그 시간들을 나는 지금도 느낀다.

그 무게로, 그 감촉으로.


문장을 쓴다는 것은

그 시간의 입자들을 한 줄 한 줄 손으로 덜어내는 일이었다.

사유는 언제나 추상 속에 있지만,

내게는 그 추상이 너무도 구체적이고 육체적이었다.

그래서 나는 시간을 생각하는 것이 아니라, 만지고 있었다.

마치 그것이 진흙이라도 되는 양.

의식의 손바닥으로 시간을 주물러보고, 형태를 만들고,

다시 부숴서 사라지게 하기도 했다.


나는 가끔 생각한다.

내가 철학을 택한 것은,

시간을 이해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그 시간을 견디는 방식을 찾기 위해서였다고.


사람들은 말한다.

“시간은 약이다”

하지만 내게 시간은 약이 아니라 증거였다.

내가 어떤 마음으로 살았는지를 가만히 증명해주는,

아주 느리고, 아주 무거운 물질.


그 물질을 끌어안고 나는 오늘도 문장을 쓴다.

시간을 흘려보내는 것이 아니라,

시간을 살아내기 위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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