멍때림의 형이상학

by 신성규

나는 하루 종일 멍하니 있을 때가 많다.

눈은 뜨고 있지만 어딜 보는지 모르겠고,

시간은 흐르지만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

사람들은 그런 나를 보고 묻는다.

“지루하지 않아?”


그 질문을 받을 때마다

나는 설명하기 어렵지만 분명한 감각을 느낀다.

지루함이 아니라,

어떤 느린 파동 속에서

세계가 다시 정리되는 듯한 느낌.


내 뇌는 그때,

가장 조용한 방식으로 움직인다.

생각을 밀어붙이지 않고,

그저 흐르게 놔둔다.

그러면 아주 미세하게

불필요한 것이 가라앉고

보이지 않던 맥락들이 떠오른다.


나는 그 속에서

‘사유를 한다’기보다는

사유가 ‘나를 통과하는 것’을 느낀다.

크게 무엇을 깨닫지 않더라도,

세계는 조금씩 조정된다.

한 문장이 고쳐지고,

한 감정이 제자리를 찾는다.

나는 멍하니 있지만,

사실은 아주 깊은 정렬의 순간 속에 있다.


그래서 나는 안다.

‘멍때림’은

비생산적 시간이 아니라,

존재가 스스로를 정비하는 느린 사유의 방식이라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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