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하루 종일 멍하니 있을 때가 많다.
눈은 뜨고 있지만 어딜 보는지 모르겠고,
시간은 흐르지만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
사람들은 그런 나를 보고 묻는다.
“지루하지 않아?”
그 질문을 받을 때마다
나는 설명하기 어렵지만 분명한 감각을 느낀다.
지루함이 아니라,
어떤 느린 파동 속에서
세계가 다시 정리되는 듯한 느낌.
내 뇌는 그때,
가장 조용한 방식으로 움직인다.
생각을 밀어붙이지 않고,
그저 흐르게 놔둔다.
그러면 아주 미세하게
불필요한 것이 가라앉고
보이지 않던 맥락들이 떠오른다.
나는 그 속에서
‘사유를 한다’기보다는
사유가 ‘나를 통과하는 것’을 느낀다.
크게 무엇을 깨닫지 않더라도,
세계는 조금씩 조정된다.
한 문장이 고쳐지고,
한 감정이 제자리를 찾는다.
나는 멍하니 있지만,
사실은 아주 깊은 정렬의 순간 속에 있다.
그래서 나는 안다.
‘멍때림’은
비생산적 시간이 아니라,
존재가 스스로를 정비하는 느린 사유의 방식이라는 것을.